박근혜-김무성, '루비콘강 건너나'…김무성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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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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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 공식일정 전면 보이콧…청와대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 청와대, '안심번호 공천' 반격 숨고르기…당내 논의 과정 지켜볼 것

  • '정면충돌' 청와대-김무성, 절충점 찾을까

지난 7월 새누리당 지도부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 ‘결국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애증의 10년’이 결국 끝을 향해 치닫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거센 반격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의원총회 추인이 보류되자 김무성 대표는 1일 공식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며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출을 넘어 전면전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김 대표는 전날 청와대를 향해 “오늘까지만 참겠다”, “내가 있는 한 전략 공천은 없다”며 청와대·친박과의 일전을 불사할 뜻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공천룰 싸움에서 밀리면 대표 자리는 물론, 당내 패권과 차기 대권 플랜까지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김 대표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결국 명분과 힘겨루기에서 누가 먼저 승기를 잡느냐에 달려있다.

청와대가 정당의 공천룰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선거개입이자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내심 바라는 전략공천 역시 '줄세우기 정치', '계보정치'를 양산했던 과거 밀실 공천과 다름없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안심번호 공천제를 관철시키겠다는 게 김 대표의 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날 안심번호 공천제를 합의한 여야 대표의 지난 달 28일 '부산 회동'을 사전에 청와대에 통보했다고 재차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현기환 정무수석이 지난달 2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났고,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하겠다고 언급하자 현 수석은 '문제가 많다. 반대한다'는 의견을 의견을 전달했었다고 맞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수석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당론도 아니고 문제가 많은 제도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엔외교 일정이 워낙 빡빡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드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26일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이 만난 것이고, 28일 보고는 어떻게 이뤄졌는가"라는 질문에 "보고가 아니라 (김 대표가) 통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와대가 총선 공천권 문제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관여하는게 아니라 이것(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은 국민의 선택에 관한 중요한 문제니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해 민심왜곡과 조직선거의 가능성 등 5가지 반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 것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취했다.

본격적인 공천룰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에서 향후 당청 및 계파 갈등은 더욱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파동은 권력 누수 현상 없이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최대한 자파 세력을 밀어 넣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입김이 닿을 수 있는 전략공천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동안 여의도 현안에는 거리를 뒀던 청와대가, 가장 정치적 문제인 공천 논의에 의견을 개진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이후 박 대통령과 친박계 공세에 밀려 ‘후퇴’ 내지 ‘굴복’ 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 중 '개헌론'을 꺼냈다가 다음날 바로 사과했고, 박세일 전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려던 계획도 접었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 때는 ‘순망치한’ 관계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위해 총대를 멨다.

그러나 이번 '안심번호 공천제' 파동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조사를 지시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한 ‘유승민 찍어내기’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와 비박계의 인식은 매우 엄중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룰 싸움이 본격화될수록 청와대와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는 더욱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궁극적으로는 지도부 교체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신(新) 친박 범주에 들어간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를 맡고, 연말 당에 복귀할 것으로 점쳐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을 접수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계와의 관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널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이번에는 예전처럼 '백기투항'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25 남북 합의, 중국 전승절 참석, 노사정 대타협, 유엔총회 참석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 고공행진중이고, 올 연말까지 한중일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이벤트가 연이어 있는 만큼 내년 총선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당내 힘의 균형추도 유승민 파동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친박계 대선주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띄우기에 나선다면 김 대표는 차기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셈이다.  

당청관계의 분수령은 다음주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안심번호 공천제 등 당내 공천룰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다면 정국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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