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성남시(시장 이재명·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가 빚탕감 프로젝트 시행 1년 만에 악성 채무에 시달리던 저소득층 1072명을 구제했다.
대상자들이 떠안고 있던 채권은 106억3000만원 상당이다.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연체하자 금융기관이 그 채권을 손실 처리한 뒤 대부업체에 원금의 1~10% 가격에 넘기는 바람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추심사의 빚 독촉을 받게 하던 악성 채권이다.
이들은 성남시 빚 탕감 프로젝트 대상이 돼 시민의 성금 또는 기부받은 부실채권 등으로 악성 채권을 소각하면서 삶의 ‘새 빛’을 보게 됐다.
이 가운데 533명은 2일 오전 11시 성남시청 광장에서 열린 ‘5번째 빚탕감 프로젝트 채권 소각 행사’에서 73억원 어치 부실 채권을 태워 없애면서 구제됐다.
주빌리은행과 성남시기독교연합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이재명·유종일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과 제윤경 주빌리은행 이사, 이정원 성남시기독교연합회장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7월 8일 지역 내 교회 31곳이 낸 1억10만원 성금으로 ㈔희망살림이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에서 10년 이상 장기 연체 부실 채권을 1~3%대의 싼 가격에 사들이면서 진행된 행사다.
이날 부실채권 소각으로 구제된 사람들은 앞으로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가 파산 신청, 개인회생 등 구제절차를 밟는다.
시는 앞서 539명의 33억3000만원 어치 부실 채권을 태워 없앴다. 여기엔 추심업체, 종교계, 기업체, 시 산하기관 등 각계각층 시민 성금과 채권기부가 힘이 됐다.
지난해 9월 12일 시청 광장에서 ‘성남시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이 열리던 날, 6곳의 채권매입 추심업체가 10년 이상의 장기 연체 부실 채권 26억원 어치를 기부해 소각하면서 처음으로 171명을 구제했다.
이후 천태종 대광사가 11월 23일, 259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68명의 악성 채권 2억5000만원 어치를 소각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들도 1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지난해 12월 22일 압류 증서를 소각했다.
올해 1월 22일에는 성남산업진흥재단 주관으로 18곳 중소기업이 2020만원의 성금을 기부하면서 300명의 악성 빚 4억8000만원 어치를 태워 없앴다.
이런 방식으로 이번 교회 성금까지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성금은 저소득층 채무자의 ‘빚’을 청산해 ‘빛’이 나는 새 출발을 돕고 있다.
성남시의 빚탕감 프로젝트는 미국의 시민단체가 금융인들의 탐욕에 반발해 2012년 11월 시작한 빚 탕감 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주빌리’는 특정 기념주기를 일컫는 말로, 일정 기간마다 죄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적 전통에서 유래한다.
성남판 빚탕감 프로젝트는 주빌리은행 설립의 기반이 돼 범사회 연대 모금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여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이 빚인데 이른바 ‘좀비’ 채권을 싼 가격에 사서 없애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적은 금액으로 많은 사람의 빚을 청산하는 ‘오병이어’의 기적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 등은 정책적으로 없애주거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투입해 싼 가격으로 많은 수 국민의 장기연체 채무를 탕감해 주면 이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 인구로 되돌아올 것”이라면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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