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지난달 규제개혁의 첫 추진과제로 '그림자 규제' 철폐를 내놓은데 이어 이달에는 '보험료 자율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경쟁의 활성화를 통해 보험료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표준이율과 공시이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이다.
당장은 보험료에 대한 규제완화가 자칫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임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권익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지난 2일 보험회사 CEO 및 보험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수립키로 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보험산업 경쟁촉진을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를 밝히고, 보험회사 스스로의 책임감 있는 경쟁력 강화 노력을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라 자율경쟁을 가로막는 각종 사전적 규제를 22년 만에 자유화한다"며 "그동안 보험사들이 '규제규율'로 힘들었다면 앞으로는 '시장경쟁'으로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자율화가 보험료 인상 혹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가격 덤핑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임 위원장은 보험사 CEO들에게 "보험사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를 위한 상품개발 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보험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격 자율화와 더불어 상품의 사전신고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 업계로서는 가장 피부에 와닿는 규제 개혁이라는 설명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보험사 CEO들도 해당 방안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책과 시장간의 괴리감이 있었지만 이번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 논리에 맞는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상품개발이나 가격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보험사들도 위험률이나 유지율 특성을 반영한 보다 다양하고 고객 지향적인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경쟁에 대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이 이를 따라갈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시장 논리에 따라 앞으로는 미국, 일본 등과 같이 대형사 위주의 보험시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형사들은 기존 대형사의 상품을 따라가는 방향보다는 보다 독창적이고 공격적인 상품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부담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는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에 대한 이자율 규제는 향후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당장 자동차보험료 등을 손볼 수는 없지만 고가 외제차량 등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수리비나 렌트비 부분을 정비할 예정"이라며 "보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상품의 가격 비교공시 정보를 포털사이트 등에 전면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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