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유아인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3일 차인 3일,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 토크’를 진행했다. 곽명동(마이데일리)·유선희(한겨레)·강민정(이데일리) 기자가 인터뷰어로 참석했다. 기자와 배우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직접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화팬들이 해운대 모래사장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테랑’ ‘사도’의 쌍끌이 흥행 중이다. 본인 자랑을 좀 해 달라
올 한해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수치로 받아볼 뿐이지 실감은 잘 못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환대를 받아 이제야 실감이 난다. 내가 자랑할 게 뭐가 있겠느냐. 황정민과 송강호와 함께 작업했다는 것이 유일하다. 내가 젊다 보니까 나에게 포커싱이 맞춰졌지만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사도’의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가 있어서 가능했던 결과다.
‘절대 악역’ 조태오 연기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가장 못된 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간이 가장 못된 길을 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봤다. 사람은 선과 악을 모두 지니고 있지 않느냐. 평소, 안에 깊숙이 내재된 내 안의 악을 오픈하면서 연기했다.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은 웃자고 만든 것”이라고 말했지만, 관객은 ‘베테랑’을 통해 현실을 본다
정말 웃자고만 만들었겠느냐. 류승완 감독이 ‘웃자고 만들었다’고 말한 것은 무겁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신분이 명백하게 존재했지만, 지금은 돈에 따라 갑질을 하기도 하고 기꺼이 을을 자처하기도 한다. ‘베테랑’은 돈이 많은 모든 사람이 다 조태오처럼 산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놓친 재벌이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가를 그린 것이다.
‘개념배우’ 유아인이 생각하는 정의란?
나를 개념배우라고 칭하고는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무개념이고, 까불고, 튀고 싶어 하는 배우로 비칠 수 있다. 배우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신념을 끄집어내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위태로운 위태로운 일이지만 나름대로 선한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살고 있다. 생각대로 움직이고, 표현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념은 넘치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
‘사도’ ‘성균관 스캔들’ ‘육룡이 나르샤’ 등 사극 속의 유아인이 특히 사랑받는다
사극을 참 좋아한다. 방학 동안 대하 사극을 몰아볼 정도였다. 연기하면서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데 현대극에서는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많다. 사극은 극성이 강렬하지 않느냐. 고스튬 같은 의상에 세트장이 완벽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이 한결 편안하게 느껴진다.
예능에서 참 보기가 어렵다. 요즘 가장 뜨거운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를 여기서 해보자. 유아인의 냉장고에는 뭐가 들어있나?
추석이어서 선배들이 보내 주신 전복, 새우, 송이버섯들이 들어있다. 요리를 좋아해서 최근에는 전복죽을 끓여서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식사는 주로 사 먹는데 가끔 요리해서 친구들과 함께 먹기도 한다. ‘무한도전’은 내가 챙겨보는 유일무이한 예능이다. 식스맨은 광희 씨가 뽑혔으니까 세븐맨 정도? 오랫동안 봐 온 프로그램이라 잠깐이라도 출연해보고 싶다.
함께 책 읽고 싶은 스타 1위, SNS를 보면 글을 참 잘 쓴다. 책을 낸다면 어떤 글을 쓰고 싶나?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집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SNS 발달로 참 많은 말들을 하고 사는데 감정을 표현하고, 생각을 말하는 것을 낯뜨거운 일로 매도하는 것 같다. 가벼운 농담조의, 스크롤이 순식간에 내려가는, 가치 없는 말들이 많아진다. 많이 말할 수 있지만 다 말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마음속에 많은 것들이 쌓여간다. 거침없이 파워풀한 시를 쓰면서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싶다.
가장 좋았던 역할,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은?
영화제에서 드라마 이야기를 하긴 뭐하지만 ‘밀회’의 선재라는 인물을 정말 좋아한다. 요즘에도 한번씩 다시보기로 본다. 자아도취 같은 거다. 내 작품을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닌데…‘밀회’는 계속 보게 되더라. 배우는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지만, 사랑하는 얼굴, 그 순간의 떨림을 보여주는 것은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치명적인 멜로를 영화에서도 해보고 싶다.
착한 역할과 악역 중에 어떤 역할이 좋은가?
‘밀회’의 선재와 ‘베테랑’의 조태오로 비교할 수 있겠다. 압도적으로 선재가 좋을 줄 알았는데 악역을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 첫 악역이라 충분히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면 정말 멋진 악역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보다는 선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좋다. ‘밀회’의 선재 같은 순수한 역할을 할 때는 때가 뭍은 내 영혼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느낌이 참 좋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재밌는 인간, 어느 시대를 돌아봤을 때 참 재밌는 사람이라고 회자될만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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