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요즘 힘듭니다. 엄살이 아니라 손가락만 빨게 생겼어요. 고객 문의가 5분의 1로 줄었어요. 그나마 오는 문의전화도 전부 리콜(결함 시정)과 관련한 내용뿐인데 저희(딜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지난 2일 오후 강북의 폭스바겐 전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의 이 같은 푸념처럼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 후폭풍은 일선 영업망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초까지 수입차 판매는 순풍에 돛을 달았다. 국내 수입차 열풍과 함께 지난 8월 말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꺼내든 개별소비세 인하로 관련 문의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요즘 수입차 시장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큰 암초에 부딪쳐 좌초된 모습이다.
최전방에서 고객들을 대면하는 폭스바겐 그룹 국내 딜러사는 된서리를 맞았다. 조작 스캔들이 터진 2주쯤 된 지난 2~3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북지역의 폭스바겐 및 아우디 전시장 4곳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매장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방문한 전시장 모두 내방하는 고객들을 기다리는 딜러 서너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후 4~6시쯤 느지막이 방문했지만 이날 전시장에 처음 방문한 손님이라는 이야기를 두세 번 들었다.
강북의 폭스바겐 전시장 한 딜러는 “소개 손님이 많아 전시장 방문고객이 많지는 않지만 하루 평균 3~4팀 정도는 방문했었다”면서 “사건 터지고 방문고객은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그는 “사건 터지고 (가격을) 네고(협상)하던 손님들이 다 날아갔다”며 “다른 전시장은 계약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사건 이후) 해약하겠다는 손님들이 40~50건씩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그룹 12만대 차량도 운행 중에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멈추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해 연비나 성능을 높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 가동되면 연비가 떨어지는데 일부 차주들은 연비저하를 감수해야하는 리콜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전시장 딜러는 “전시장에 문의전화는 보통 하루에 평균 10통씩 오는데 요즘은 리콜 문의뿐이다”라며 “일부 고객들은 리콜을 안 받아도 불이익은 없는지 문의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신뢰도 추락에 아쉬운 목소리도 들린다. 강북의 아우디 전시장 한 딜러는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우리차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팔았는데 원망도 되고 아쉬움도 크다”고 하소연했다.
딜러들은 현재 판매되는 신차들은 문제없음을 전면적으로 강조했다. 한 딜러는 “고객들에게 판매되는 차종은 유로6로 기존 문제된 유로5 차량과 다르다”며 “차량의 퍼포먼스와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달 폭스바겐은 신차 구매자에게 엔진오일을 평생 무료로 교체해주는 등 서비스를 강화한 프로모션으로 고객들 마음 달래기에 나섰지만 떨어진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하기엔 녹록치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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