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한아람 기자= 정부 주도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됐지만 정작 고객들의 관심이 큰 가전 업계는 행사 참여에 등을 돌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행사에 참여한 가전업체도 제품 할인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시작한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주요 가전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은 행사 참여를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블랙프라이데이를 겨냥해 내놓은 TV 제품 할인율이 10%에도 채 미치지 못해 일반 기획 상품에 적용되는 할인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컨대 삼성전자 직영매장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판매되는 50인치대 TV 기준으로 50인치 SUHD TV(모델명 JS7200)는 기존 판매가 213만원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206만원을 적용했다. 할인율은 3%에 불과하다.
55인치 SUHD TV(JS7200)는 5% 할인율이 적용돼 295만원에서 281만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LG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명목으로 참가하지 않는 대신 9월 한 달 동안만 진행하기로 했던 TV ‘특별가 체험전’을 1달 연장하기로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만을 겨냥해 선보인 기획 상품은 없다.
LG전자 직영매장 LG베스트샵 관계자는 "꼭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라도 지난달에도 이 정도 할인은 했다"면서 "정부가 지원금도 주지 않는 상황에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가전업계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업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행사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유통업체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다른 모습니다.
A 가전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관련된 내용을 3주 전에 전달했다"면서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B 가전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선 블랙프라이데이에 유통업체가 재고를 터는 목적으로 할인율을 50~60%까지 적용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전업체들이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것도 아니고, 신제품에 억지로 할인율을 적용하다 보니 할인율이 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혼수철을 앞두고 시작한 블랙프라이데이가 가전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C 가전업체 관계자는 "전자업계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라인업은 거의 비슷한데 혼수철을 앞두고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제품을 싸게 팔아버리면 혼수철에 아무도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체 대다수가 온‧오프라인에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 싸게 팔면 다른 유통점은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블랙프라이데이에 기획 상품을 내놓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전응길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 과장은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해) 큰 판은 정부가 짰지만 구체적으로 각 기업별로 어떻게 운영할 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이어 "제조업체 참여 유도를 위해 보조금 지원 같은 직접적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제조업체들이 민감해하는 가격담합 의혹 등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등의 간접적 유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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