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요셉 기자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서 5번째로 환자에게 합법적으로 '존엄사' 권리를 허용한 주가 됐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5일(현지시간) 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가 합법적으로 의사가 처방한 약물의 도움을 받아 삶을 끝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초에도 존엄사 허용 법안을 심의했지만 부결됐다. 이번에 브라운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하고 이를 공포함에 따라 말기환자에게 존엄사를 허용한 미국의 주는 오리건과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를 포함해 5개로 늘었다.
이 법에 따라 존엄사를 실행하려면 의사 두 명이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이며 정신적으로 건전한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약물 섭취를 결정할 능력이 있다고 판정해야 한다.
이 법은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까다로운 법적 규정 마련하고 있다. 의사는 죽음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을 처방하고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것 외에 환자의 죽음을 돕는 다른 것은 일절 허용 안된다. 즉 의사의 치사량 약물 투여는 불법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살던 브리트니 메이너드(29)라는 여성 암환자가 존엄사를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존엄사가 합법인 오리건주로 이주한 후 2014년 11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계기로 존엄사 허용 여부 논의가 활발해졌다.
메이너드는 악성 뇌종양 말기라는 진단과 함께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삶을 연명하는 것보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담한 최후를 맞고 싶다는 바람에서 남편의 생일 이틀 뒤를 자신의 죽음 예정일로 삼았다.
메이너드는 죽기 전에 존엄사 허용을 촉구하는 녹화 영상을 남겼으며, 이 영상은 올해 초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존엄사 허용 법안을 논의할 때 회의장에서 상영됐다.
불치병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를 결정하는 행위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기존의 ‘안락사’라는 용어 대신 이처럼 존엄사라는 표현을 많이 하고 있다.
존엄사 허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합법화할 경우 자칫하면 난치병 환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및 중증 장애인 등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죽을 권리’가 자칫하면 ‘죽어야 할 의무’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존엄사에 대해 윤리적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안락사가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늘린다는 점을 내세운다. 즉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환자의 고통에 대한 동정, 그리고 삶의 질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존엄사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20여개 주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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