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에서는 임산부 신은수(최강희 분)와 그녀의 남편 홍명호(이재윤 분)가 낯선 괴한들에게 쫓기면서 긴박하게 시작했다. 이후 원인 모를 이유로 갑자기 사라진 남편은 시체로 돌아오고, 아이를 출산 했지만 정체를 모를 인물들에 의해 누명까지 쓴 은수는 감옥에 가게 된다. 파란만장한 삶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시점은 2015년으로 이동해 다시 괴한들에게 쫓기는 연인 진형우(주상욱 분)과 강일주(차예련 분)의 시점으로 옮겨갔다. 이들은 교외의 교회로 이동해 몰래 결혼식을 치르다 뒤쫓아 온 일주의 아버지 강석현(정진영 분)에게 붙잡혔다.
석현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일주를 유력 언론사에 시집보내려 하지만 일주는 형우와의 사랑을 위해 거부했다. 장면은 바뀌어서 형우는 석현이 보낸 괴한들에 의해 바다 한가운데 배로 끌려가있고 일주와의 사랑을 포기할 것을 강요받았다. 결국 일주는 형우의 목숨을 위해 사랑을 포기했다. 한편 출소 후 호텔리어와 고깃집 알바로 투잡을 뛰며 어린 딸을 키우던 은수에게 정체불명의 전화가 걸려오고, 은수는 그의 지령에 따라 석현에 집에 숨어들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극의 전개를 빠르게 해 속도감을 높이려는 욕심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은수가 남편을 잃고, 출산을 하고, 감옥에 가는 모습까지 보여주는데 드라마가 투자한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어설픈 재판 장면이나 세부적인 스토리텔링의 부재는 빡빡한 전개에도 허전함을 느끼게 했다. 또 강석현의 정치적 입지를 묘사하는데 시간을 아낀 나머지 인물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해 배우의 연기력에만 의존하는 실수를 범했다. 빠르지만 촘촘하지 못한 전개였다.
배우 최강희의 연기도 아쉽다. 일각에서는 과거 KBS2 드라마 ‘비밀’(극본 유보라 최호철·연출 이응복 백상훈)의 황정음과 비교하며, 최강희의 연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두 드라마의 초반 각각 여자 주인공이 아이를 낳고 감옥에 가는 설정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전문 배우였던 두 배우의 정극 적응력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역할로 자연스럽게 분한 황정음에 비해 최강희가 남편을 잃은 후 절규하는 모습이나 수감된 후 감옥 복도에서 우는 장면은 어색하다는 평이다. 순간순간 로맨틱 코미디 배우 최강희가 보이고 때때로는 지나치게 침착하다. 적응기가 필요해 보였다.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사건이나 소재보다는 그 안의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고 관계를 보다 세밀하게 그리려면 극의 전개 속도에 천착하기 보다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디테일에 집중해야 한다. 2회에서는 드라마의 시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 아역들이 등장한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볼거리' 뿐만 아니라 치밀한 전개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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