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 이후 협정 발효를 위한 과정은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개국이 자국 의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둔 만큼 협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 의약품·자동차 미국 양보 …농업은 일본·캐나다 한발 물러나
바이오 의약품 특허는 미국과 호주·뉴질랜드 등의 대립으로 마지막까지 타결이 불투명했던 분야다. 미국은 자국법에서 정한 것처럼 12년 동안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를 인정하자는 입장이었지만, 호주 등 다른 국가들의 반대가 심했다. 결국 미국이 한 발 물러서 일부 예외조항을 넣는 조건으로 8년에 합의했다. 예외적인 경우에도 최소한 5년은 특허가 인정된다.
특허 기간이 길면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업체들이 가격이 싼 복제약을 만들 수가 없어진다. 결국 저소득 국가의 의약비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역시 미국이 양보를 했다. 미국은 TPP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60% 이상일 경우에만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지만, 일본은 40%까지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결국 역내 생산 부품 45% 이상만 되면 관세 혜택을 받도록 합의가 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를 생산할 때 역외 국가인 중국, 태국 등에서 생산한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트럭에 대한 관세는 30년 후에, 승용차에 적용되는 관세는 25년 뒤에 각각 없애기로 했다.
반면 농업 분야에 있어서는 일본과 캐나다가 다소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5대 주요 품목으로 지정한 쌀의 경우, 미국과 호주에서 각각 5만톤, 6000톤의 수입 물량을 설정하기로 했다. 13년 이후부터는 수입량이 각각 7만톤, 8400톤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축산업은 현재 38.5%에 이르는 쇠고기 수입관세가 16년에 걸쳐 9.5%까지 낮아지게 됨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의 개방되어 있지 않은 캐나다의 낙농업 시장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5년에 걸쳐 낙농시장의 3.3%, 달걀 시장의 2.3%, 치킨시장의 2.1%, 칠면조 시장의 2%를 각각 외국에 개방한다.
◆ 12개국 의회 비준동의 남아…미국 의회통과 진통 클 듯
협정 타결이후 각국은 협정문 번역과 각국 의회에 대한 협정문 송부, 그리고 각국 의회의 처리 또는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12개국 중 가장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협상을 주도한 미국이다. 미국 행정부가 협정문과 함께 TPP 이행 부수법안을 제출하면 의회는 60일 이내에 표결을 통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되지만 문제는 내년에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를 의식해 TPP에 노골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화당도 비록 친 무역성향이기는 하지만 역시 대선을 앞두고 지역표심에 부정적 영향이 끼쳐질 것을 우려해 TPP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연방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TPP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TPP 때문에 특정 업종이나 상품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이나 서한을 발표하며 협상 대표단에 압력을 가해 왔다. 이에 차기 행정부로 TPP 처리가 넘어가고 발효시기도 2017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무리 없이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TPP 참가국 중 행정부에서 무역협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싱가포르, 정치적으로 여전히 일당 독재체제인 베트남, 국왕의 권한이 강한 브루나이에서도 TPP 협정 통과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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