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이달 들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각지의 대형 제철소들이 경영난에 잇따라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철강업계 불황의 도미노 공포가 하나둘씩 무너지는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철강업계 또한 이같은 불안을 피해갈 수 있는 무풍지대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철강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재 가격 인하 압력까지 받고 있는 한국 업계가 더욱 맹렬해진 중국산 철강의 공습을 버텨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연쇄 부도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가 저가 철강 수출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업계의 저수익성 고착화 및 재무안전성 저하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 영국 이어 미국 대형 제철소 폐쇄...커져가는 해고 위기
최근 영국 최대이자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레드카 제철소가 부채 상환 압력에 폐업을 신청한 데 이어 미국의 대형 제철소도 폐쇄 조치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제철소는 고품질의 고온 및 냉간 압연 강철, 코팅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연간 280만t에 달하는 철강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유가하락 지속, 미국의 원유 시추공 하락세에 따른 에너지용 강관 수요 감소와 더불어 저렴한 수입 철강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뒤지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US스틸은 올 들어 오하이오주와 텍사스주, 미네소타주 등에 있는 산하 공장의 폐쇄 혹은 일시적 조업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앨라배마주 소재 페어필드 제철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페어필드 제철소는 가동한지 100년에 달하는 역사를 지녔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4만여명의 직원들을 고용할 정도로 활력이 넘치던 곳이었다. 페어필드 공장 폐쇄 결정으로 1100명에 달하는 직원이 해고위기에 내몰렸다.
◆중국 철강업체 연쇄 도산조짐...공격적 수출에 한국도 긴장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 중국 철강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 최대 제철 공장인 판청강(攀成鋼)에 이어 중국 산시(山西)성 최대이자 중국 2위 민영 철강기업인 하이신강철(海鑫鋼鐵)이 경영 적자에 따른 부채 상환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이달 파산을 선언했다.
사태는 더욱 비관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업계가 연쇄 도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들이 철강 가격 폭락에도 과잉 생산 설비 때문에 감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은행의 대출까지 중단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민영기업들은 고리대출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궁지에 몰린 중국 철강업계에서 던져진 부메랑이 결국 우리나라 업계에 꽂힐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인 중국의 철강 수출 공습에 가장 취약한 곳은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주축으로 한 아시아 시장이다.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로 아시아의 철강 시장 평균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시장을 중국 철강이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중국 철강산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전체 산업군 내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면서 "중국은 심각한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출을 더욱 공격적으로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철강사들은 생존을 위해 저가의 철강 수출을 더욱 확대하고 생산능력의 해외이전 등의 방안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라면서 "한국 업계도 중국의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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