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어떤 형태로든 (TPP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 "TPP에 참여해도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계속 보호하겠다"
6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전일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7년여의 진통 끝에 타결됐다.
이에 TPP 창립국이 되지 못한 우리나라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일자 최 부총리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다.
가입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명확히 따져 국익에 도움이 될 판단을 해야 하는 경제수장이 영향 분석도 없이 지적에 대한 답변에 급급한 모습이다.
FTA나 TPP 같은 무역협정은 수혜 계층과 피해 계층이 명확하게 갈라진다.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보호할 것이냐에 따라 실익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이전에 체결됐던 한·미, 한·호주 FTA 등에 반대 여론이 극심했던 이유가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 대책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최 부총리가 이에 대한 대책은 생각이나 해봤을는지 궁금하다.
또한 TPP는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등 FTA보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이전 FTA 협상의 사례를 들어 쌀을 양허대상에 제외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말이다.
한국이 TPP 가입 협상에 나선다면 우선 한국의 쌀 관세율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이 딴지를 걸 것이다.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쌀 5만톤을 관세 없이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교하면서 무관세 혹은 저관세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할 것은 자명하다.
설령 쌀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내줘야 할 것들이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최 부총리는 지금 분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 전망에 임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정치인' 경제부총리가 여론에 떠밀려 내뱉는 말 한마디가 한국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직은 경제수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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