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향기’는 김 가공 생산 공장이다. 이곳 총 64명의 종사자 가운데 사무·영업직원 등을 제외한 43명이 장애인이고, 이중 다수가 중증장애인이다.
김춘진 위원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바다의향기’를 부안군으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유정호 대표이사(부신정회)의 환영사에 이어 조상완 원장으로부터 현황 설명을 듣고 한결같이 깊은 공감대를 표시했다. 운영 상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법률적 지원 등을 돕겠다는 말도 이구동성으로 덧붙였다.
자리를 함께 한 김종규 부안군수도 “복지가 일자리의 중심”임을 강조하면서 “바다의 향기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원들은 내부 현황 설명을 들은 뒤 작업장을 꼼꼼히 둘러보며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궁금증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
◇재활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우리가 걸으면 길이 된다’
전북 부안읍에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인 ‘바다의 향기’는 언제부터인지 관련 분야에서 ‘이단아’로 ‘낙인’이 찍혀 가고 있다. 장애인계의 낡은 상식과 고정관념에 과감히 반기를 들고, 왜곡된 기존 질서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된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기득권 세력들의 질시와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국가도, 사회도 기득권층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고 묵인해 왔던 점을 부인키 어렵다.
‘갑을 논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장애인들은 ‘을’축에도 끼지 못하는 그저 ‘장애인’일 뿐 논쟁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다.
이 같은 척박한 상황에서 ‘바다의 향기’는 그들의 권리를 온전하게 되찾고 새로운 장애인 세상을 열기위해 자신들만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그래서 내건 슬로건이 ‘우리가 걸으면 길이 된다’이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장애인 직업재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궈 내는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 보장, 공모사업으로 시설비 충당
관련 업계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하다시피하게 장애근로인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노사협의회 결성에다 명목상이 아닌 내실 있는 인권위원회 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여타의 시설들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일들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중 교육 프로그램도 연중 빼놓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지 의무감에 의한 수동적인 교육이 아닌 현장 활동을 통한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숙련된 근로자로 근무하는 장애인들도 속속 배출되고 있다.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자금은 전국 구석구석 공모사업에 응모해 충당해 나가고 있다. 올해 각종 공모사업으로만 모은 자금이 4억3800여만원, 지난해엔 8억6400여만원에 달했다. 공모사업으로 마련한 자금으로는 각종 시설 보강 등에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건비 등 운영 자금은 직원들이 직접 발품으로 김을 팔아 마련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 확대로 홀로서기 시도
최근 수 년 동안의 극심한 경기불황에도 ‘바다의 향기’ 매출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 3억에서 2012년 7억, 2013년 9억, 2014년 10억에 이어 올해에는 13억을, 내년에는 15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다의 향기’의 큰 자랑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는 극히 드물게 법정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변변하게 지원해 주는 곳도 없이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이 원칙은 철칙으로 지켜지고 있다. 여타 관련 시설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최저임금 제외 신청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바다의 향기’는 그간 국내 굴지의 김 생산업체인 (주)삼해상사에 OEM 방식으로 납품해 왔으나 이제는 홀로서기를 부단하게 시도하고 있다.
현재 삼해상사 납품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자체 브랜드인 ‘해미金김’ 매출 비중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8월 새롭게 선보인 ‘오디자반 김’도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야심작이다. ‘오디자반 김’은 부안 특산품인 오디와 김이 접목돼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입맛을 넓혀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