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으로 죽을뻔한 게 계기됐죠"…배종섭 경북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 패혈증 억제물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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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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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서 한 해 600만명 패혈증으로 사망…확실한 치료제 없어

배종섭 경북대 교수(왼쪽)·김인산 KIST 책임연구원. [사진=미래부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패혈증(敗血症)을 억제하는 나노 약물전달체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600만명 이상이 패혈병으로 사망하지만 확실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3만5000~4만명이 패혈증에 걸리고 이 가운데 1만여 명이 숨진다. 패혈증 치료제로 지난 2001년 유일하게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미 제약사 엘리 릴리의 자이그리스는 2011년 10월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효능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번 연구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한 새 패혈증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배종섭 경북대 교수와 김인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진이 “혈관 내피세포의 세포막 보호 및 항염증 효과를 활성화하는 수용체(‘EPCR’과 ‘PAR-1’)에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며 “이 전달체가 패혈증에 걸린 실험용 쥐의 생존율을 높이고 패혈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 혈관 염증 반응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음을 검증했다”고 7일 밝혔다.

‘피가 부패했다’는 뜻의 패혈증은 신체 일부가 세균에 감염되고 이것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면서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사망률이 높다. 치사율이 초기패혈증은 20~40%, 중증패혈증은 40~70%, 패혈쇼크는 80% 이상이다. 혈액 검사에서는 염증이 생겼을 때 세균과 싸우는 백혈구 수치가 높게 나온다.

기존 패혈증 치료제 자이그리스는 정상적인 혈액 응고를 방해하고, 약물이 주사된 후 효능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반감기)이 지나치게 짧아 치료 효과가 미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내에서 철의 주요한 저장 단백질이며 쉽게 약물전달체를 형성할 수 있는 '페리틴'을 이용했다. 페리틴은 나노 크기의 다른 치료약물 전달체보다 안정적이고 체내 면역반응도 작으면서 유전적·화학적으로 쉽게 변하는 내인성(內因性·생체 내부에서 기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혈관 내피세포에서 항염증 작용을 하는 'EPCR' 단백질 수용체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PAR-1' 단백질 수용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부위를 페리틴을 중심으로 양쪽 말단에 결합시켜 나노 약물전달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항응고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31분 정도였던 짧은 반감기를 5시간 43분으로 10배 이상 높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배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패혈증에 걸려서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이후 패혈증에 쭉 관심을 가졌고 박사과정 중에도 계속해서 혈관 염증 분야를 연구했다”면서 “앞으로 추가적인 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적이고 독성이 적은 새로운 패혈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달 2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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