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 하겠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면서도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정감사에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이나 현실성 없는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쌀 시장 개방 등 우리나라의 민감한 현안을 협상도 해보지 않고 자신감 있게 내뱉은 것이다.
그동안 TPP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최 부총리 발언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2013년부터 ‘중립’을 강조해 온 사안이 최 부총리로 인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최 부총리의 행보가 파장이 커진 것은 그의 임기가 앞으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위 군대용어의 ‘말년 병장’과 같은 자신의 부총리 임기를 남기고 TPP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대해 정부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발언 자체에도 책임감이나 향후 구체적 방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들긇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FTA와 TPP를 단순비교 하는 것이 외교통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쌀 시장을 FTA 사례를 들어 접근하는 자체가 정확한 분석이 수반되지 않은 행동이란 점을 방증하고 있다.
평소 공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던 최 부총리답지 않은 궁색한 변명도 화근을 키웠다. 비난이 커지자 FTA에 집중했기 때문에 TPP에 소홀했다는 해명이 여론을 악화시켰다.
최 부총리는 “TPP 협상 초기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였고 한중 FTA에 집중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통상 전문가들은 TPP가 단순한 외교적 합의도 아니고 최근 국가간 중요한 경제 현안인데 부총리의 해명이 신뢰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최근 세계 경제는 FTA보다 TPP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일대일보다 그룹형식의 연합전선이 저성장 시대의 생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세계 경제 흐름을 놓쳤다. 최 부총리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TPP는 FTA보다 더 까다로운 협상 카드가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조건만 내세우기에는 규모가 큰 상황”이라며 “쌀 시장 개방 등은 아무리 경제 수장이라도 쉽게 단언할 수 없는데 최 부총리는 남은 임기 두 달 안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 부총리는 최근 행보에서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7초 발언'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는 등 '정치인 최경환'에 대한 이미지로 곤혹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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