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매각, 채권단 승리로 가닥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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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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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대주주, 채권단 전횡 더 이상 묵과 못해… 대립 장기화 전망

  • 인수금액·태평양과의 불편한 동거 등 매수자 찾기 어려울 듯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쌍용양회의 최대주주인 일본의 태평양시멘트(이하 태평양)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채권단측 손을 들어주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태평양측의 반발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매각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는데 의견이 모인다.

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달 3일 태평양이 KDB산업은행 등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임시주총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가처분신청 기각으로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윤재민과 박일서 등 사내이사 2인과 전해동, 장학도, 엄도희 등 사외이사 3인 등 채권단 우호 인사들이 선임됐으며 경영권은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경영권을 쥔 협의회는 매각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오는 12일 쌍용양회 보유 지분(46.83%)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이달 말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본입찰은 오는 12월 중순께 진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태평양은 임시주총이 8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법원의 심리결과가 전날에서야 나온 만큼 가처분신청에 대한 항소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다만 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주식에 대해 태평양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는 지위 확인을 구하는 본안 소송이 남아 있고, 항소도 가능해 법적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평양측 관계자는 “본안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논하기엔 다소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남은 소송에 대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전했다.

채권단으로 구성된 협의회와 태평양측이 이처럼 대립하는 이유는 최근 시멘트 산업이 건설경기 활성화를 등에 업고 실적개선세가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2013년말 기준 쌍용양회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81억원, 404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기준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1623억원과 1053억원으로 크게 좋아진 상태다. 금융투자업계가 내다본 올해말 예상 영업익은 1964억원, 순이익은 1448억원이다. 즉 채권단은 실적이 개선되는 지금 시기에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태평양은 애초부터 쌍용양회의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중인 만큼 채권단의 일방적 행보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태평양측은 “협의회의 일방적인 공개매각 추진과 경영권 박탈 시도는 이제 본궤도에 올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있는 쌍용양회에 심각한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협의회가 눈앞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지 말고 쌍용양회라는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멘트 업계에서는 태평양측이 다소 불리한 조건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우선매수청구권 지위를 갖고 있어도 행사 여부에 대해 함구해온데다 태평양측의 보유중인 자금 규모 또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서기에 부족하다는 점 등이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태평양의 현금 및 예금자산은 총 573억9100만엔(한화 5554억원)으로 채권단의 보유지분 인수 예상금액인 7000억원에 크게 못미친다.

다만 태평양이 주식을 매입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면 말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부호가 따른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태평양시멘트의 입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채권단 스스로 부여한 경영권의 정당성을 인정해 달라는 것과 또 하나는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는 추후 채권단과 협의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우선매수권 청구) 논리가 약한 만큼 태평양은 (지분을)안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협의회 구성원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부문 손실로 인해 막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 나와도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7000억원에 달하는 금액 부분과 지분을 30% 이상 보유중인 태평양측의 반발을 감내하기란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쌍용양회 지분을 보유중인 한앤컴퍼니의 인수설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리한 법정공방이 예고돼 있는 상태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분을 사들이기엔 부담이 커 쌍용양회 매각은 당분간 표류하며 이슈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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