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기업의 사업재편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8일 발표한 ‘기업 사업재편과 혁신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사업재편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활용되는 인수·합병(M&A) 실적추이를 비교한 결과,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의 대표기업인 구글은 154건으로, 삼성전자 37건보다 4.1배 많았다고 전했다. 또 일본 소프트뱅크의 경우 총 40건으로, 2012년 이후 크게 증가해 올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사업재편을 위한 글로벌기업의 M&A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표적인 사업재편 기업 사례로 꼽히는 IBM의 경우 주력사업인 컴퓨터분야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도 가전사업 중심에서 금융과 에너지사업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했다.
또 에너지사업 분야 세계 2위 정유회사였던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은 지난 4월 3위 기업인 영국 BG그룹을 인수해 엑슨모빌을 제치고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제약산업의 경우에도 노바티스와 글락소미스클라인의 사업부문 맞교환(항암제-독감제 외 백신) 사례와 같은 기존 기업간 사업재편도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시총 50위 비금융 기업 중 2014년에도 50위권내 속한 기업은 30개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업종이 변경된 기업은 삼성SDI, ㈜LG, 한화테크윈, ㈜두산, 유수홀딩스 5개뿐이었으며, 그나마 3건은 지주회사 전환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한경연은 설명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난 4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시가총액 순위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기업과 산업의 활력이 저하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사업재편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입법을 통해 활발한 M&A가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재편이 활성화되면 기업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의 현금을 순환시킬 수 있고, 특히 벤처기업의 활성화에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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