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을 선언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오전 9시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알렸다. 불과 2시간 전에 전해진 소식이었지만 기자회견장은 만석이었다. 한국인의 관심이 롯데가(家)에 쏠려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하지만 절치부심 반격을 준비했을 신 전 부회장의 칼날은 그리 날카롭지 못했다. 이날 준비한 무기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친필 위임장과 법정 소송카드 뿐이었다.
추후 주총이 다시 열리면 승리를 자신하느냐는 질문에도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이 아버지와 자신을 부당하게 몰아냈다"는 점만을 부각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도 문제다. 그는 한국어 구사가 서툰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회견에서는 짧은 인사말을 한국어로 한 것 외에는 모든 발언을 부인과 법률 자문단을 통해 대신했다.
질의 시간에도 침묵을 지켰다. 한국어가 서툴면 교차통역이라도 해달라고 기자들이 수차례 요청했지만, 끝내 마이크를 입에 대지 않았다.
질문에 대해서는 김수창 변호사와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상의를 했고, 이를 자문단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질문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답변이 통역과 대리인을 통해 두 번씩 걸러져 전달됐으며,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단답형에 불과했다.
롯데그룹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기업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동생 신동빈 회장이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한국말로 말한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결국 신 전 부회장의 행보는 보여주기식 기자회견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준비한 내용은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1일에는 한 언론이 신 총괄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하면서 판단력에 문제없음을 알렸지만 이 또한 건강이 항상 온전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친필 위임장 영상도 큰 힘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동생 신 회장을 이기고 롯데그룹의 대표로 자리매김하려면 갑작스러운 기자회견보다 한국인과 소통하는 법을 먼저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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