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한국 시장만 봐서는 안 된다. 양적완화로 경기가 살아나는 일본과 중국을 엮어 한중일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운용사로 탈바꿈한 스팍스자산운용코리아 장재하 대표는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계획을 밝혔다. 2014년 일본 스팍스그룹에 인수된 코스모자산운용은 올해 2월 스팍스자산운용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일본 중소형주에 강한 스팍스그룹은 고객 절반 이상이 유럽, 중동계일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회사다. 외국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스팍스자산운용코리아는 스팍스그룹 본사·홍콩 법인을 통해 갖춰진 한·중·일 인프라로 이들 시장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도 준비 중이다. 이달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기에 앞서 이미 한국형 헤지펀드 인가를 받은 바 있다. 앞으로 헤지펀드 등록 신청 시 투자자문사들은 일임 수탁액에 관계없이 자본금 20억원과 전문인력 3명 이상 등의 조건만 갖추면 된다.
장 대표는 "현재는 롱숏 전략 등을 포함한 절대수익 전략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했고, 앞으로도 전략과 운용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기관투자자 중심의 기존 사업 외에 롱숏전략을 중심으로 한 헤지펀드 등 신규사업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일본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스팍스자산운용코리아는 지난 4월 일본 펀드를 출시하자마자 수탁고 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여년간 장기 경기불황에 빠졌던 일본은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실시해 숨통이 트였다. 연초부터 일본은 미국과 함께 안정적이고 경기 전망이 밝은 해외시장으로 꼽혀왔다.
장 대표는 아베노믹스의 낙수효과로 인한 내수 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분기별로 한 번 꼴로 일본 본사를 방문하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며 "아베노믹스가 기업 펀더멘털 회복 추세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을 주도하며 개인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 전기 대비 연율로 4.5% 성장세를 보였지만, 2분기엔 -1.2%로 급락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행(BOJ)이 이달 말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펀드 수익률도 괜찮다. 일본 51개 펀드의 평균 1년 수익률은 14.83%이며 2년·3년 수익률은 각각 26.44%, 84.98%에 달한다. 6개월 수익률은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4.61%로 부진했지만, 중국의 수익률(-19.78%)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장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은 쏠림현상이 심해 중국에 투자한 경우 손해가 크지만 일본에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은 괜찮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일본 펀드의 자금 유입은 중국 주식시장의 조정으로 반사적 수혜를 받은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 증시의 기초 체력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펀드멘털 요인 외에 수급 측면에서도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및 개인들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며 "아베노믹스로 인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엔저 효과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 등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에 출시한 '스팍스 밸류파워 펀드'의 경우 9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이 17.10%을 기록했다. 수탁고도 220억원 수준을 달성한 상태다. 장 대표는 "국내주식형 펀드들의 자금유입이 저조한 가운데 견조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저성장 시기를 겪으면서 성공한 해외기업 사례를 활용한 ‘매핑’이란 투자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배당 투자매력도 더해지고 있다. 장 대표는 "기업들 스스로가 주요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배당을 확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에서 배당은 매우 중요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한 정부의 배당확대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일본 경기는 낙관적이라는 전망이다. 장 대표는 "연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입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주요 선진국 대비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유동성 확대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대표적 지역인 유럽과 일본이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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