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요즘 중국의 각종 정책 키워드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다름아닌 '개인'이다. '인터넷+'나 혁신 발전을 위한 '만중창업(萬衆創業)'이 그러하다.
기존 산업과 인터넷 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인터넷+'로 개개인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대중창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만중창업은 과거 무리 속에 묻힌, 생산력의 일부에 불과했던 개인이 이제는 혁신을 이끌 창업의 주체가 될수 있다는 의미다. 무수히 많아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개인의 가치와 잠재력, 혁신의 동력을 발굴해 국가 전체의 발전을 모색한다는 포부다.
이러한 관점에서 투유유(屠呦呦) 중의과학원 교수의 중국 국적인, 중국 여성 최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의의가 더욱 크다.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이 흔한 '개똥쑥'으로 노벨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물론 투 교수는 중의학계의 인재였다. 하지만 눈에 띄거나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는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데 수 십년의 세월을 연구에 쏟아부은 평범하고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의학자였다. 중국 중의학계는 그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과 끈기는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수 백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투 교수가 항말라리아제 주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똥쑥'이라는 평범한 약재에서 추출한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개똥쑥은 중의학은 물론 한의학에서도 흔히 쓰이는 약재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쉽게 쓸 수 있는 평범한 약재라는 의미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개똥쑥에서 투 교수는 숨겨진 '진주'를 끄집어냈다.
흔하고 당연한 다수 속에 숨겨진 잠재력과 가치를 얼마나 끄집어 낼 수 있느냐가 그 사회의 혁신과 변화, 진보의 성과를 좌우한다. 노벨상도 이 과정에서 나온다. '특별하고 유행하는 것', '세상이 주목하는 눈에 띄는 것'만 중시하는 단순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당연함에서 가치를 찾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풍토가 자리잡아 한국의 노벨상 소식도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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