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철강사들이 심각한 철강업 불황에 대응해 해외 제철소 설립을 늘리고 있다. 자국 철강 시장의 수요급감과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자 해외로 진출해 현지 국가의 철강재 수요를 선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지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 철강 잠재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뜩이나 저가 철강 공세에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 철강 업계가 중국의 발빠른 해외진출 움직임에 수출 경쟁력 등에서 또 다른 도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형 철강사인 우스틸(武鋼·우강)은 중국 대형 중장비업체 타이푸(泰富)중장비그룹과 합작으로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연간 생산량 50만톤(t) 규모의 제철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제철소는 앞서 지난 2013년 7월 우스틸이 라이베리아에 개발한 중국 첫 번째 해외 광산인 라이베리아국가광산(利比裏亞邦礦)과 연계해 현지 생산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대형 철강사 허베이(河北)강철 또한 남아프리카 현지에 연간 생산량 5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키로 하고 남아프리카공업발전공사(IDC), 중국-아프리카발전기금과 남아프리카제철소건립프로젝트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기업의 해외 제철소 투자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철강사들은 아프리카 외에 한·중·일 삼국의 최대 수출 격전지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싱타이더룽(邢臺德龍)강철은 태국 펌신(Permsin) 등 현지 3사와 공동으로 연간 생산량 60만t 규모의 열연 협폭강대 생산 설비를 건설키로 했고, 바저우신야(霸州新亞)금속은 인도네시아 철강사 자바퍼시픽(Java Pacific)의 지분 30%를 인수하고 아연도급강대 및 가구용 강관 생산능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우안(武安)시 융청(永誠)주업은 인도네시아 업체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연간생산 2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친황다오(秦皇島) 퉁롄(通聯) 그룹도 라오스에 연산 3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중국 3대 철강업체인 안강(鞍鋼)그룹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모로왈리(Morowali)에 연간 생산량 5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안강그룹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앞서 안강이 미국에 제철소 건립을 추진했다 미국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가 있어 제철소 건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철강업 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제품 및 기술의 해외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동남아시아처럼 철강재 수요 확대 여지가 큰 지역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현재 해외 철강사 건설을 계획하는 중국 기업은 대부분 중소형 철강사로서, 대형 철강사들은 2000년대 중후반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해외진출을 이미 시도해왔다"면서 "이 또한 대부분은 계획 발표 정도에 그친 상태로, 현재까지 실제로 현지에 설비가 건설된 경우는 많지 않아 당장 한국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중국 철강사의 해외시장 판로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한국 고급 철강 시장에 대한 영향은 여전히 크지 않을 것이나, 저가 수입재 철강시장에는 교란을 일으킬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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