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평균 17.456%로, 집계 대상 51개국(유로존 포함) 가운데 50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배당성향이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14.618%)뿐이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말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아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국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304%로 51개국 가운데 3번째로 낮았다.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아르헨티나(0.929%), 아일랜드(0.802%)에만 앞섰다.
배당성향 면에서 체코(73.363%)가 유일하게 70%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호주(69.930%), 핀란드(67.600%), 뉴질랜드(66.024%), 포르투갈(61.468%), 영국(61.322%)이 2∼6위에 올랐다.
네덜란드(60.468%)와 스페인(56.256%), 이탈리아(52.555%), 프랑스(49.078%) 등 유럽 국가들의 배당성향도 높은 편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49.867%), 대만(49.084%), 싱가포르(49.032%), 인도네시아(38.823%), 홍콩(37.490%)의 배당성향이 30%를 넘었다.
시가총액 1위인 미국 증시에서 상장사들의 배당성향은 35.572%였다.
이웃나라인 중국(30.699%), 일본(27.596%)의 배당성향 역시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의 배당성향은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최근 몇 년간 흐름을 보면 상승세다.
한국의 배당성향은 2년 전(13.599%)을 저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1년 전(15.331%)과 비교해도 2%포인트 가량 올랐다.
배당성향이 높아졌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정부 '눈치보기'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에 기업들이 압박을 받으면서 배당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정책 영향 등으로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2년 새 4%포인트 늘었지만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성장성 둔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배당 정책을 보수적으로 잡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 대신 유보금 축적을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이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7년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1835개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326조원에서 지난해 845조원으로 158.6% 늘었다.
소유와 지배가 동시에 이뤄지는 기업이 많아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배당 곳간이 활짝 열리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기업들이 배당에만 힘을 쏟고 투자를 등한시하면 수요 부진, 일자리 감소 등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 경제가 고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유보금이 주주 가치를 적절히 높이는데 쓰이지 못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더는 고성장하지 못해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유보된 이익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데 쓰이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주주들이 배당에 인색한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배당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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