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를 제한하는 금융감독원의 규제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란 볼멘 소리가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금감원이 지난 달 발표한 '증권사 임직원 자기매매 근절 방안'이다. 이 방안은 증권사 임직원의 매매 횟수 1일 3회 이내, 매매 회전율 월 500%로 제한한다. 주식 의무 보유기간도 취득 5영업일로 못 박았다.
발표 직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이같은 근절방안 조치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잠시 잠잠해지나 싶었던 이 문제는 최근 금감원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또 다시 불거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금융당국의 자기매매 근절방안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미흡하므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국은 자기매매 주식 의무 보유기간이 30일에 달하고, 영국은 임직원 본인 외에 배우자와 친인척 계좌도 자기매매 제한 범주에 두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본인에게만 제한 기준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도 할 말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진국들처럼 연봉을 6억~7억원씩 준다면 자연스레 자기매매도 줄어들 것"이라며 "임직원을 실적 압박으로 쥐어짜고, 연봉도 적게 주면서 그와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모든 증권사 임직원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문제다. 증권사 직원이라고 해서 모든 정보를 취급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부당이익을 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게 사실이다. 김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자기매매가 과도하면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 방안 자체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한다.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보다 현실적인 조치를 내야 한다. 자기매매가 차명거래 등의 방식으로 음성화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기우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각 증권사들이 내부적으로 자기매매를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둔 만큼, 1%를 잡기 위해 99%가 인내해야 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매매회전율과 매매금액 등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단 규제하고 보자는 당국의 대처가 불러온 결과는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후진국'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