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국의 크루즈 관광객이 2030년 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세계 5대 크루즈선사들이 앞다퉈 중국시장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미주·유럽과 달리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은 길어야 5박6일 일정이기에 한국, 특히 제주를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13일 저녁(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의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국크루즈산업발전컨퍼런스' 개회식은 세계 5대 크루즈선사 대표들이 참석해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중국 크루즈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크루즈협회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크루즈선 292척 가운데 60%인 173척을 카니발·로얄캐리비언·스타크루즈, MSC크루즈 등 4대 선사가 운영한다.
이날 아널드 도널드 카니발그룹 대표는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중국 크루즈 시장을 키우겠다", 아담 골드스테인 로얄캐리비언 대표는 "중국의 가장 큰 온라인여행사가 만든 스카이씨크루즈와 손잡고 동반성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양대 크루즈선사가 중국 공략법을 사뭇 다르게 내놓은 것이다.
카니발그룹은 현지법인을 만들어 중국기업으로 서겠다는 의미이고 로얄캐리비언은 중국 회사와 손잡고 안정적으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얄캐리비언은 그동안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2030년 1000만명으로 예상했는데 이날 2000만명으로 수정 발표했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매년 50% 이상 급성장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이날 상하이에서 직접 크루즈선박을 만들어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조선업계 1위를 굳혀온 한국도 국내에서 크루즈 선박을 만든 적은 없다.
중국 정부는 크루즈산업을 신동력사업으로 지정하고 상하이를 크루즈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집중적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중국의 투자전문기관과 카니발그룹, 중국과 독일의 조선업체 등이 손잡고 가장 '호화로운 크루즈'를 만들겠다며 협정체결을 공표했다.
또 상하이국제항무유한공사와 중국해사대학 등이 크루즈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겠다며 '아시아 크루즈 아카데미' 설립을 선포했다.
중국의 크루즈산업 육성 정책은 한국에 기회로 작용한다.
크루즈선은 모항(관광이 시작되는 항만)을 출항한 지 20시간 안에 첫 기항지에 도착해 승객들이 관광·쇼핑·체험에 나서는 특성이 있는데 상하이·칭다오·톈진 등 중국 주요 기항지와 가깝기 때문이다.
제주크루즈산업협회 김의근 회장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일단 제주를 찍고, 후쿠오카든 부산, 인천이든 다음 도시를 방문하고 나서 상하이로 돌아간다"며 "중국 크루즈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크루즈 관광객의 90%는 중국인이며 관광객 1인당 한국에서 117만원 정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9월 한국에 들른 크루즈는 303회(64만5천여명)이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출발한 선박이 270회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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