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 영업 오후 4시 마감' 발언으로 은행 영업시간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 은행 영업시간 확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최 부총리의 발언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영업점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일부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기존과 다르게 운영하거나 외국인 고객을 위해 휴일에도 영업하는 방식으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변형 근로시간제 형식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2년 서울 역삼동 메트라이프타워지점에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입금, 여신, 외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프터뱅크(After Bank)' 특화점포를 개설했다. 이후 가산라이온스밸리지점, 강남중앙지점, 우면동지점, 야탑역지점 등 현재 총 5곳에서 애프터뱅크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2년 11월부터 두산타워지점을 토요일에도 오픈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일요일에도 원곡동지점과 대림역지점, 대화역지점 등에서 은행 문을 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시·구청 및 법원, 병원 등 총 74개 영업점에서 영업시간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시·구청 및 법원 등에 내점한 영업점의 경우 오후 6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국립암센터 등에서는 오후 4시30분 또는 오후 6시30분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고객 편의를 위해 일부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확대했지만 실제 이용고객 수가 적어 기존 영업시간 체제로 되돌린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3년 직장인 고객을 위해 선릉중앙지점의 영업시간을 기존보다 3시간 연장해 운영했으나 이용도가 낮아 지난해 영업시간을 기존대로 바꿨다.
은행 영업시간 확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스마트뱅킹 확대로 은행 영업점을 내방하는 고객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늘릴 경우 오히려 영업비용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대출 등 일부 업무의 경우 은행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특성에 따라 영업점마다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 이용고객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모든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강요하지 않아도 어려워진 은행권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영업시간 확대가 언젠가는 검토될 사안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어 영업시간 확대도 자연스럽게 검토할 상황"이라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시장(은행권)에서 자율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은행 영업시간을 연장하도록 하는 게 잘된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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