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공단은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명권이 공단 측에 있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최 이사장에게 사실상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연임 불가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공문까지 보냈다.
15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12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연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실적 평가에 따라 1년에 한해 임기가 연장될 수 있다. 홍 본부장의 2년 임기는 11월 3일까지여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연임 불가 결정은 최 이사장이 복지부와 홍 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협의하던 중에 돌연 나왔다.
홍 본부장은 작년 수익률 5.3%를 올리는 등 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무난하게 기금운용 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대해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의견을 묻지 않고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 회의를 거쳐 '찬성' 결정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와 야권에서 거센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장은 500조원이 넘는 자금을 굴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복지부는 14일 최 이사장에게 연임 불가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기금이사 비(非)연임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말과 함께 최 이사장의 비연임 판단을 "공단 내에서 이사장과 기금이사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내부인사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공단 운영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은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며 스스로 물러날 것을 시사하는 표현도 썼다.
그러나 최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 홍 본부장과 이견이 명확했던 데다 일단 한번 꺼내 든 칼을 다시 거둘만한 명분도 약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복지부가 공문을 보낸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장 임명권이 공단 이사장에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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