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아주스타] 에일리, 호랑이를 고양이로 키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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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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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 [사진=YMC엔터테인먼트 제공 ]

가수 에일리(26)가 새 앨범 [Vivid]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너나 잘해’를 비롯해 ‘Insane’, ‘사람이 왜 그래’ 등 모두 10곡을 수록한 이 신작은 데뷔 3년 만에 발표한 에일리의 첫 정규앨범이다.

에일리는 발군의 노래솜씨와 퍼포먼스로 지난 2012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 2’를 통해 데뷔하자마자 실력파 음악인으로 인기가도를 달렸다. 제4회 멜론뮤직어워드 신인(2012년),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여자 솔로(2013년, 2014년), SBS 가요대전 여자 솔로(2014년) 등등 다수의 어워즈를 모두 휩쓸며 무서운 신예의 전형을 보였던 것.

유명 보컬트레이너를 비롯해 음악계 관계자들 또한 요 근래 등장한 가수중 최고 가창력의 소유자로 에일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머라이어 캐리를 위시한 몇몇 명 보컬들의 발성으로부터 영향 받은 창법 전반은 동양인이라고 느끼기 힘들만큼 서구적 스타일의 다양한 테크닉과 필링을 갖췄다. 노래할 때 스킬이 화려함에도 곡을 표현하는 감성까지 빼어난 예는 쉽지 않다.

더욱이 호흡의 압력을 탄탄하게 갖고 있는 보컬리스트라 고음역 처리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흉성적 발성으로 음정불안(음이탈) 전혀 없이 고음을 안정되게 구사한다. 성능 좋은 압력밥솥에서 취사한 기름지고 찰진 밥맛을 연상케 하는 ‘알찬 소리’ 바로 그것이다.

‘보여줄게’의 고음역 처리에서 3도 이상의 도약진행시에도 소리가 깨지지 않고 입자감이 잘 뭉쳐진 소리를 연출한다. 전형적인 흉성적 발성이면서도 소리를 높이 그리고 파워풀하게 잘 띄운다. 이렇게 강력한 가창력을 구사하는 와중에도 리듬을 마음대로 요리하듯 잘타며 감성까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신보를 들으며 이 젊은 ‘보컬 수재’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이 들었다.

에일리는 몇 년 만에 볼까말까한 인재 중의 인재다. 스튜디오 장비로는 이 파워풀한 명품 보컬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을 정도로 에일리는 요 근래 보기 힘든 아날로그식 대형가수다. 그러나 신보에서 알 수 있듯이 에일리의 노래는 발성 전문 트레이너 이윤석의 지적처럼 “짧은 호흡만 사용하고 기계적으로 노래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가요 트렌드와 대중적 소통 등 제반 사안을 고려한 소속사의 전략적 마케팅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으론 에일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호랑이 DNA를 지닌 맹수를 규격화된 울타리에 가두고 애완용 고양이로 조련시키는 격이다.
따라서 스케일 큰 이 대형가수에 어울리는 곡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공연을 대폭 늘려 이 아날로그식 대형 보컬리스트의 매력을 활활 발산시키게 하는 것도 주문해 본다.

문화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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