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광둥(廣東)성은 텐센트·비야디 등 혁신기업을 배출한 중국 창업 메카다. 그만큼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큰 곳이다.
창업열풍을 타고 광둥성 성도 광저우(廣州)에도 사무실 공유업체가 등장했다. 바로 ‘이치카이궁서취(一起開工社區·이하 이치카이궁)’다. 함께 일하는 커뮤니티라는 뜻이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WeWork)'를 표방한 '중국판 위워크'인 셈이다.
이치카이궁을 만든 주인공은 차이옌칭(蔡延靑)이다. 광둥공업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남극권’ 출신 엘리트다. 남극권은 과거 톈센트에서 근무한 사람들의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텐센트 마스코트가 펭귄인 데서 따왔다.
이치카이궁은 광저우 구시가지의 노후 공장이 즐비한 구석진 곳에서 2013년 10월 탄생했다. 농기구 제조장으로 쓰이던 4층 짜리 홍색벽돌 건물을 개조해 사무실을 만들었다. 창업 2년여 만에 이곳은 광저우 청년 창업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칸막이가 없는 2000㎡의 널찍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 곳곳에 걸린 “생각하는 순간 실천에 옮겨라”, “왜냐고 자꾸 물어라” 등과 같은 문구에서 뜨거운 창업 열기도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래머, 언론인, 디자이너, 제빵사, 교사, 작가, 부동산중개인 등 다양한 직업군의 청년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파트너를 구하려고, 투자를 받고 싶어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소개하려는 등 이곳을 찾은 목적도 가지각색이다.
1층엔 자유롭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카페와 칸막이 없는 널찍한 자유업무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2,3층은 1인 기업이나 스타트 업을 위한 개별 사무실이나 작업공간이다. 4층엔 회의실과 휴게실이 자리하고 있다. 1년에 150위안(약 2만7000원)만 내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독립 사무실 공간 임대료는 1인당 월 1200~1500위안 정도다.
이치카이궁은 단순한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더 나아가 청년들이 가치관을 공유하고 상호 교류·협력하는 공간으로 발전중이다. 이를 위해 회원 전용 모바일앱도 개설했다. 회원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덕분에 이치카이궁은 창업 1년여 만에 회원 수가 1500여명까지 늘었다. 이중 촹커(創客·창업자)가 40%, 나머지 60%는 프리랜서다. 제2의 알리바바, 샤오미를 꿈꾸는 10여 개 창업팀도 입주해 있다. 일반 사무실이 '무림(武林)'이라면 이치카이궁은 '와호장룡(臥虎藏龍)의 놀이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고수'들이 모여있음을 뜻한다.
인재가 몰리자 돈도 몰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크라우드펀딩사이트 '드림모어'에서 총 72만8000 위안(약 1억3100만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목표액 60만 위안을 초과 달성한 것.
이치카이궁은 올해엔 적자를 면하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치카이궁 수익의 절반을 사무실 임대료 수입에서 나온다. 나머지는 회원 가입비, 행사 대여료 및 입장료, 창업카페 커피 음료 등 판매 수입이다.
올초엔 새로운 수익원도 발굴했다. ‘커뮤니티싱크팀(社區智囊團)’ 이다.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이치카이궁에서 걸 맞는 회원들을 ‘싱크팀’으로 묶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함께 수익을 창출해 나눠 갖는 것이다.
이치카이궁이 안정적 수익모델을 갖추면서 베이징·톈진·선양 등 대륙 곳곳서 분사를 차려달라는 러브 콜도 잇따르고 있다.
차이옌칭은 “비록 세상을 바꿀 순 없더라도 모두가 함께 한다면 이상적인 공간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유롭게 꿈을 꾸고 자신의 가치를 발현하는 곳. 그것이야말로 이치카이궁이 꿈꾸는 공간인 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