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국내에서 '에탐'은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국민 란제리'로 통한다. 미국의 빅토리아 시크릿과 비교될 정도로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브랜드다.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 에탐이 지난달 23일 서울 역삼동에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국내 여성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오픈 당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난 마리 스캇 에탐 CEO는 1호점 개점 준비로 바빠 보였다. 하지만 얼굴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에탐이 제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이제 막 란제리 시장이 형성되어가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스캇 대표는 "에탐의 목표는 단 하나"라며 "여성들이 에탐 브랜드를 착용함으로써 더 아름답고 여성스러워지길 바라는 것뿐"이라고 입을 열었다.
인터뷰 내내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여성이 입었을 때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란제리는 단순한 속옷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 그 자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속옷이라고 하면 단순히 이너웨어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다르다.
이너웨어는 기능적인 부분을 강조해 보정력과 활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란제리는 여성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하고 패셔너블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에탐이 제품의 착용감을 놓치는 것은 아니다. 1916년부터 100년 가까이 축적된 자료는 여성들이 착용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사실 에탐은 5년 전 한국에 직진출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시장 공략에 실패해 한 차례 철수한 아픔이 있다. 재도전인만큼 스캇 대표에게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연구와 준비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스캇 대표는 "한국은 패션업계에서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며 "5년 전보다 더 다양한 제품과 연구로 한국에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에 1호점을 오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강남은 한국 패션의 중심이기 때문에 호소력이 짙은 곳"이라며 "처음부터 많은 것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반응을 느끼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양과 동양의 신체조건이 다르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는 "디자인 별로 다양한 사이즈를 준비하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생산한다"며 "아시아 핏을 따로 제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슴둘레는 60부터, 컵 크기도 A부터 다양한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를 중점적으로 수입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T팬티, 캡 없는 브래지어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며 "한국 여성에 대한 취향을 꾸준히 연구해서 시장점유율을 높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 이너웨어 시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는 SPA브랜드와 이에 맞서는 토종 속옷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에서는 이너웨어 시장을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에탐은 아직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럽 패션 시장에서 란제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인 반면, 한국은 아직 13% 정도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한국에는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3%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여성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오히려 더 큰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며 "마케팅, 매장 위치, 제품의 질 등 에탐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집중한 만큼 이번에는 한국에 제대로 안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내에서 자리잡고 있는 란제리 업체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하진 않았지만 해외 직구 등을 통한 구입이 늘고 있는 빅토리아 시크릿뿐 아니라 원더브라, 국내기업인 에블린과 남영비비안 등 브랜드가 각각의 콘셉트를 갖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스캇 대표는 "에탐의 경우, 란제리 매장이 아니라 패션매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매장을 꾸미고 있다"며 "데이웨어, 나이트웨어를 구분 짓고 레이스에 특화된 라인과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탐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뷰티테라피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주력 상품인 란제리 외에도 스포츠웨어,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10월 론칭해 이제 막 1년을 지났지만, 매장 매출의 8%를 웃돌고 있을 만큼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란제리 매장 내 뷰티 코너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장을 방문한 고객 4명 중 1명이 뷰티 상품을 구입할 정도다. 뷰티 아이템도 이미 7만 종류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그는 "스포츠웨어의 경우, 브래지어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브라에 집중하고 있다"며 "화장품은 현재 유럽에만 25곳의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정을 거쳐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리 스캇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모든 여성이 에탐을 통해 언제나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다.
스캇 대표는 "에탐의 란제리는 단순히 여성의 섹시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충분히 섹시한 여성이라도 자신이 더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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