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건축연한이 오래된 노후 아파트는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부실과 거주자의 무관심 등으로 화재 발생 시 조기 대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소재 20년 이상 된 15개 아파트 30세대 및 공용부분의 소방시설을 조사하였다. 30세대 내부에 설치된 화재감지기 151대를 수거하여 작동여부를 시험한 결과, 13세대(43.3%)의 22대(14.6%)가 기준조건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화재의 조기 감지와 경보가 지연될 우려가 있었다.
미작동 화재감지기 22대의 사용연수를 보면, 20년 이상 경과한 감지기가 14대(63.6%)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7대(31.8%), 10년 미만이 1대(4.6%) 등의 순으로 15년 이상 경과한 노후화된 감지기가 대부분이었다.
30세대 중 화재 초기 진화에 필수적인 소화기를 비치한 세대는 7세대(23.3%)에 불과했고, 가스 누설을 감지하여 경보를 발하는 가스누설경보기가 설치된 곳은 6세대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30세대가 속한 아파트 30개 동에 비치되어 있는 공용소화기 554대를 조사한 결과, 74대(13.4%)는 폭발위험 때문에 1999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가압식소화기였고, 축압식소화기(480대)의 경우에도 189대(39.4%)는 권장사용기간 8년이 경과한 상태였다.
아파트는 특정소방대상물로 소방시설에 대해 연1회 이상 작동기능점검을 해야 하고, 특히 11층 이상 아파트(2014년 이전 16층 이상 아파트)는 연 1회 이상 종합정밀점검을 실시하는 등 자체점검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노후 아파트 거주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1년 이내 '세대 내에 설치된 소방시설을 점검받았다'는 응답자는 76명(15.2%)에 불과했다.
점검 여부를 모르거나 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424명(84.8%)으로, 그 이유에 대해 '아파트 관리자가 자체점검을 실시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155명(36.6%)으로 가장 많았다. '소방시설 점검에 대한 인식 부족', '세대원의 집안 부재', '점검원의 세대 방문을 꺼려서' 등도 266명(62.7%)에 이르고 있어 거주자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으로부터 '소방시설의 사용법·제도 등에 대한 설명을 받은 적이 있다'는 답변은 39명(7.8%)에 불과하고, 196명(39.2%)은 '화재 발생 시 아파트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파트 소방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더불어 거주민의 화재안전의식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아파트 소방시설 자체점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건의하였고, 국민안전처는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동절기를 맞아 표본조사를 통해 작동이 되지 않는 화재감지기와 소화기가 교체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하였다. 공동주택 화재안전 가이드북 제작‧배포를 통해 아파트 거주자의 의식개선에 힘쓰는 한편, 거주자‧근무자에 대한 소방훈련 및 교육 실시,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점검 결과의 소방관서 제출 의무화 등 아파트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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