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두 번째 미국 공식 방문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의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한미 정상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정체된 가운데 북한·북핵 문제만 담은 공동성명(Joint Statement)를 처음으로 채택하고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 방식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이나 핵·경제 병진 노선 추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북한의 거부' 때문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중국을 포함한 다른 6자 회담 당사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공동성명에서 강조했다.
한미 양국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별도로 명기한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위해 대북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중국에 이어 미국과도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고위급 전략적 협의를 강화키로 하면서 통일 외교의 속도도 높였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재확인하면서 미국 조야에 퍼진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것이었던 것만큼 1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미국 여론 주도층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주력했다.
또 지난 14일 제막 20년이 된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전·현직 고위인사를 포함해 미국의 한국 관련된 인사들이 총출동한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서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친구이자 신뢰할 파트너이며, 한·미 동맹은 미국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면서 동맹 강화 행보도 했다.
이런 박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화 행보는 15일 오전 미국 국방부(펜타곤) 방문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2~4일 중국을 방문,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란히 올라 중국의 군사퍼레이드(열병식)을 참관했던 박 대통령은 미국 패권의 중심부인 펜타곤에서 한미 장병들에게 "여러분이 한미동맹의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한중관계에 대한 미국 내 '한국의 중국 경사론'에 대한 오해를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면 그것이 미국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아주 좋은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정상회담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양립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또 우리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중간 갈등과 긴장 속에서도 적극적이고 주도적 외교로 한반도의 운명에 사활이 걸린 북핵,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미중 사이의 협력 공간을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 서울에서 3년여만에 개최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을 주도적 외교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박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화 행보와 관련, 조 바이든 부통령 초청 관저 오찬,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행사,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영빈관)에 박 대통령 사진 비치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예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이뤄진 16일 정상회담 역시 파격적인 예우 속에서 진행됐다.
두 정상은 1시간 10분간의 정상회담과 39분간의 확대 오찬회담 등 1시간50분 정도 한반도 문제에서부터 글로벌 현안까지 협의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52분 가량 진행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부터 기자회견까지 3시간 가량 자리를 함께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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