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전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 건조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비록 미흡한 설계능력과 높은 투자비용 등의 한계가 있지만, 수주량과 금액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올들어 제로에 가까운 해양플랜트 수주량을 기록했다. 돈되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사업은 오히려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적자무덤'으로 떠올랐고, 지속되는 수주가뭄이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양플랜트발(發) 악재가 장기화되면서 기술력 향상 등 기업차원의 노력 외에 정부와 유관기업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업무는 전년과 비교해 2배 증가했고, 효율 향상에 따라 매출 역시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해양플랜트 설비 신규 수주량은 81기로, 전세계 시장의 32.43%를 차지해 한국,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또 해양작업지원선(PSV)과 해양예인지원선(AHTS) 수주량도 늘었다. 지난 8월 기준 선박 수주량은 396척으로, 전세계 시장 1위인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민수 전문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전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의 경쟁구도가 이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조선업체는 낮은 계약액과 착수금이라는 가격우위를 통해 수주를 성공시켰고, 각 항목의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해양플랜트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를 대량으로 수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이 수주한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 설비는 38기로 세계 시장의 60.32%를 차지했다. 총 거래금액은 97억3100만 달러로, 전세계 시장의 54.69%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가뭄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1~3분기 신규수주액 누계치는 227억 달러로 목표대비 48%에 그쳤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해양플랜트 신규수주액은 3억 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8조원 이상의 적자를 안겨준 해양플랜트 악재 여파는 조만간 공개될 우리나라 조선 '빅3'의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유가하락과 해양플랜트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으로 올해내 이들 3사가 대대적인 실적개선을 이뤄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390억원 적자~430억원 흑자, 삼성중공업은 280억~300억원 흑자,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 안팎의 적자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없이 조선업계가 실적 목표치를 채우기 힘들다"며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 건조능력 대비 발주량이 부족해 해양플랜트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드릴십도 수요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해양플랜트 국산화율 제고, 조선업계의 공동협업을 통해 공동화와 표준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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