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의 근시안적 면세점 정책 반발 확산…유통·학계 "규제가 최선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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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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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도 근본적인 발전 방안 마련 등 절실 요구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을 찾은 내·외국인들이 화장품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면세점 사업이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닙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회의실에서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의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를 참관하던 한 시민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자신을 관세사라고 소개한 이 참석자는 “(정부와 연구기관이) 현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질타했다.

패널로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논의되는 것들은 육성 및 개선안이 아니라 시장을 퇴보시키는 길"이라며 "면세산업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패널도 "(공청회) 모든 방안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면서 "현재 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권이 충분치 않다는 것뿐으로 오늘 공청회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문제점을 만드는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국내 면세점 사업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비인기 사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한류 영향으로 중국인은 물론 동남아시와 등의 관광객이 대거 입국함에 따라 매출이 급증하면서 단번에 주목받는 사업이 됐다. 때문에 장기 불황으로 매출이 급락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유통 관련 업체는 물론 관련성이 적었던 업체들까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성장 동력을 찾겠다며 면세사업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산업계와 다르지 않다. 롯데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너도나도 관련 입법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면세사업과 관련된 관세법 개정안 법안은 총 5개가 발의됐다. 이 중 3개는 모두 규제와 관련된 항목들이다. 

하지만 KIEP의 면세점 공청회가 정부의 근시안적 면세정책을 성토하는 자리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국회의원이 법안들도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먼저 '2015년 현재 롯데와 신라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80%를 상회, 보세판매장 사업이 사실상 두 기업의 독과점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면 제출된 한 국회의원의 관세법 개정안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글로벌 면세사업의 추세를 감안하지 않은 획일화 법안이라는 것이다.

독과점 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는지를 먼저 확정해야 하는데 면세산업의 경우 수출산업으로 국내를 넘어 최소 아시아 지역, 넓게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특성이 있는데도 이를 좌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경우 2008년 오토그릴(Autogrill)과 월드 듀티 프리(World Duty Free) 면세사업자 기업 결합 심사 때 “면세점은 모든 지역의 소매상점과 경쟁하므로, 면세점의 관련 시장을 ‘전 세계 시장 또는 적어도 유럽 시장 전체’로 정의해 기업 결합을 승인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보면 롯데면세점의 경우 아시아 시장을 기준으로 점유율 순위는 1위이지만 실제 점유율은 16.7%이다.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순위는 3위 이지만 점유율은 단 6.4%에 불과하다.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면 자본력과 구매물량에 따른 규모의 경제 달성에서 세계 경쟁사들에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와 별도로 제출된 최고가격의 특허수수료를 제시하는 자에게 특허를 부여하려는 ‘특허수수료 입찰제’에 대한 이견도 많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면세점 특허는 국가에 대한 수수료 수입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면세점 특허 부여를 통한 관광객 유입, 고용 확대, 지역 낙수효과, 사회 공헌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허수수료를 가장 많이 제출하겠다고 약속한 사업자가 면세점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는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특허수수료를 높이면 상품 가격이 오르고 판매량은 줄어, 사회 전체의 후생 손실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허 수수료 경쟁 이전에도 애경·한진 등 대기업은 물론,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이 사업을 포기한 사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다수 면세점들의 사업 포기 속출 사례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호주와 홍콩, 싱가포르 등은 연간 면세점 특허수수료로 각각 AUD $7000(800만원), HK $ 2만2150(325만원), S $7만(6300만원)을 지불하고 있으며 일본과 태국은 면적 기준을 적용 연간 150만~1500만원과 THB 4000~1만(15만~37만원)을 정부에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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