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지난 16일 KF-X 사업 협력을 위해 구성하기로 한 협의체가 양국 방위산업기술 협력의 중심 채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었지만, 사실상 기술이전이 빠진 협력 채널 구성은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KF-X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4개의 핵심기술 이전을 미국 정부가 거부한 상황에서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국내 개발계획 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F-35와 같은 고성능 전투기를 다른 나라에서 추가 구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KF-X 개발이 늦어지거나 성공하지 못하면 전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IDA는 우리나라 적정 전투기 보유 대수를 430여대로 판단했지만 올해 10월 기준으로 420여대를 보유해 10여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군은 올해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전투임무기가 420여대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전투임무기 820여대에 절반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남북한 전투임무기 격차가 확연하게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 공중 전력지수 면에서는 우리 공군이 앞선다고는 하지만 이런 전력 격차는 공군의 전략 전술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입한지 40년이 넘어서는 F-4, F-5 계열의 전투기가 급격하게 도태되면서 남북한 전투기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180여 대의 F-5 계열 전투기 중 F-5E와 F-5F 120여 대는 2019년까지, (K)F-5 60여대는 2025년까지 각각 전량 도태시킬 예정이다. F-4E(팬텀) 40여대도 2019년까지 모두 퇴역한다. 2019년까지 노후 전투기 160여대가 차례로 도태되는 셈이다.
FA-50(경공격기) 60여대와 F-35A 40여 대가 도입되더라도 2020년 중반이면 310여대로, 올해 대비 110여대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군은 전쟁 주도권 조기 확보와 효율적인 육·해군 작전지원을 위해 최소 규모의 전투기는 하이급(F-35A급) 100여대, 미들급(KF-16급 이상) 200여대, 로우급(FA-50급) 130여대 등 430여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군은 앞으로 발생하는 전투기 노후 및 부족분 대체 소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KF-X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산출한 개발비 등을 포함한 18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는 논리로 KF-X 사업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군이 전력 공백을 메우는 것이 우선인지, 국내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전투기를 국산화하는 것이 급선무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쳐야 한다"며 "정부도 KF-X 기술이전 문제가 불거진 이 시점에서 우선 순위를 다시한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민구 국방장관이 미국 방문 전 미국측에 기술이전을 요청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방부의 전략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바 있어 향후 KF-X 사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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