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벼랑 끝에 몰렸던 ‘벤처기업의 신화’ 팬택이 부활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1년 2개월 만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끝내고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팬택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한 부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약속의 땅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이다.
앞서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세 차례 매각이 시도됐지만 모두 무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4년 9월 진행된 첫 매각에서는 본입찰 응모기업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올 1월 미국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팬택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두 번째 매각 시도가 이뤄졌지만, 중간에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측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또 다시 무산됐다.
이어 진행된 세 번째 매각에서는 응모기업 3곳이 인수의향을 밝혔지만 3곳 모두 인수 부적격 판단을 받았고, 결국 지난 5월 팬택은 법정관리를 포기했다.
파산 직전까지 갔던 팬택은 벤처 1세대인 정준 대표가 이끄는 옵티스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쏠리드 두 곳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옵티스-쏠리드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쏠리드 옵티스 컨소시엄은 지난 8일 총 496억 원에 달하는 팬택 인수대금 전액을 납부해 사실상 팬택 인수 절차를 완료했다.
팬택은 신설법인과 존속법인으로 나뉜다. 쏠리드 컨소시엄은 팬택 임직원 500여명과 특허 자산, 김포 공장 시설, AS 센터 등을 신설법인으로 인수한다. 존속법인은 매각 대금과 공장 등 기존 자산 매각 대금으로 채무를 변재하고, 나머지 부채를 탕감받는다. 이후 존속법인은 청산하게 된다.
컨소시엄은 팬택 인수를 전담할 'SMA솔루션홀딩스'(SMA)라는 이름의 특수목적법인(SPC)도 세웠다. SMA는 쏠리드가 96%, 옵티스가 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쏠리드는 이 회사를 통해 팬택 신설법인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
팬택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사업 거점을 삼고 있는 쏠리드의 네트워크망을 활용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IoT 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 내년 상반기쯤에는 국내 시장에도 스마트폰을 다시 출시해 본격적인 부활을 노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팬택은 인도네시아 통신서비스 기업인 핀스(PINS) 인도네시아와 스마트폰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핀스는 인도네시아 통신사업자인 텔콤(TelKom)의 자회사로 단말기 기획 유통, 통신네트워크, 스마트빌딩 등의 비즈니스에 진출해 있다. 핀스 관계자들과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일행은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쏠리드 사옥을 방문해 두 회사 간 협력사항을 협의했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모바일 시장과 더불어 세계 IoT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뉴팬택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며 "ICT 업계에서 '파괴적 혁신가'로 재도약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 1991년 자본금 4000만원, 직원 6명으로 무선호출기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한 때 삼성, LG에 이은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 반열에 오르는 기록을 쓴 대표적 벤처 기업이다. 그러나 이후 대기업과의 마케팅 전쟁 속에서 팬택은 자본력의 한계에 봉착했고, 결국 두 차례의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결국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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