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잔 바람에도 섧던 마음
따끔거릴 때마다 떠돌던 흔적들
결국 내가 나를 속인 죄란 것을
성당 마당에 단풍 들고서야
알았습니다
잊을 수 있는 것도 그리움과
똑 같은 크기라면
어느 계절 속절없이 방황하고도
잠들 수 없어 서성이던 성당뜰에
며칠은 바람 불고 어느 날엔 비 오고
젖은 느티나무 잎사귀 별빛에 흔들릴 때
그리워 한 만큼 지워낼 수 있겠다
기도를 했습니다
잊고 싶은 것이 아니었는데
단풍 들고 낙엽 지듯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란 것을 알면서
스스로 아파했던 아픈 즐거움
아파서 행복한 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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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용암리에 가면 용소막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1915년 중국인 기술자들에 의해 지어진 벽돌 건물로, 강원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그 앞을 자주 지나게 되는데 오늘 지나다 보니 단풍이 곱다. 성당뜰에는 낙엽도 제법 쌓였다. 뜰 앞은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다. 잠시 머물러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뜰을 서성이며 구원을 청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자연은 변함없이 비오고 바람 불고 꽃 피고 그러다 단풍이 되어 저절로 가는데, 사람들은 그러지 것이 쉽지 않고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파할 때가 많다. 성당뜰을 거닐다 어느 시절의 그리움도 절실함도 다 단풍들듯 낙엽지듯 지나가는 것이란 것을 새삼 떠올린다. 아파했던 것도 나였고 그것으로 행복한 때가 있었다.

성당의 가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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