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없이 부피만 커진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다. 이런 종합선물세트 식의 단기정책으로는 1·2차 때의 실패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신성식 복지전문 기자)
대통력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시안'(이하 3차 기본계획) 공청회에서는 시종일관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학계·경영계·언론계·노동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3차 계획에 대한 주제별 토론을 벌였다.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고용·교육·보육 등 4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지만 각 부처마다 주장하는 포인트가 달라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가령 고용계는 고용친화적인 환경을, 여성부는 기업탁아소 확대를, 복지부는 보편적복지 등을 주장하니 결과적으로 재정투입이 산만해지고, 부처 간 탁상공론만 하다 끝난다"고 말했다.
이상한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신혼부부와 청년층 임대주택 확대, 어린 신혼부부 우대정책 등은 현재 수혜를 받고있는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의 소외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는 전 소득계층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계층을 탈락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 교수는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공공기관이지만 다수의 여성을 고용하는 곳은 민간기업"이라며 "여성만 복지제도를 쓴다는 낙인효과를 없애기 위해 남성도 반드시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민간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부장은 "임신과 출산비용을 줄이는 것이 저출산의 해법은 아니다"며 "3차 정책에 포함된 산부인과 전문의 확대 등 처럼 불필요한 것은 빼고,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라고 꼬집었다.
고령화 정책에 관한 문제점도 다수 지적됐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정책은 정부의 지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간 및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데 현재 정책은 정부 중심인데다, 예산 조달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어 결국 모든 책임을 국회가 떠안는 구조"라며 "노동환경을 고령사회에 맞춰 혁신하고, 기업 복지를 늘리는 등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보강해야한다"고 말했다.
류기정 부장은 "정년 연장을 통해 국민연금수급제를 일치시키는 것은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현재 임금체계를 감안할때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능력있는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노동구조를 개혁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따로 떼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는 인구문제라는 점만 제외하면 공통점이 전혀 없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를 따로 떼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대의 부담을 완하기 위해 노인연령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몇 세까지 노인으로 볼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 장관은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원인을 일자리, 출산, 양육, 주거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 한다"며 "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사진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