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제작 미스터로맨스·배급 NEW)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배우 손현주는 ‘보태지 않아도’ 좋은 배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때로는 곰살맞고 때로는 진지한 그와의 대화에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얼마나 깊이 연기를 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스릴러물에서 저는 어김없이 맞고, 도망 다니고, 다쳤죠(웃음). 대부분 (배)성우와 호흡을 맞췄어요. 액션 영화는 처음이라 그런지 망설이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해라’, ‘진짜 (목을) 졸라라’는 등 제안을 했는데. 제가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감독님은 커트도 늦게 하고. 물론 배성우가 제 갈비뼈를 부러트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더 폰’은 1년 전 의문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한 남자 동호(손현주 분)가 과거를 되돌려 아내 연수(엄지원 분)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극 중 손현주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만큼이나 치열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아내를 해하려는 의문의 남성(배성우 분)과 시종 격한 다툼을 벌였고 손톱이 빠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광교 촬영 당시 이미 갈비뼈에 손상이 갔었어요. 그래서 되도록 다리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피하려고 했죠. 그런데 아래를 보니까 사람들이 다 제 연기를 보려고 모여있는 거예요. ‘아 이거 안 떨어지면 곤란하겠는데’ 싶었죠. 무술 감독에게도 넌지시 물었더니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서도 스태프들에게는 ‘준비하라’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다녀오면 안 시킬 줄 알았는데.”
4월부터 7월까지 이뤄진 촬영 동안 그는 심리적,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스릴러를 연달아 세 작품이나 임했던 것은 왜였을까?
“저는 치열한 영화를 좋아해요. 홀로 사투를 벌이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영화들이요. 그 인물이 어떻게 상황을 파헤쳐나가 결말을 이루느냐에 관심이 많아요. 이전까지 저는 대중들과 가까운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가정이 망가지거나, 망치기도 하면서 서민적인 모습들을 보여 왔죠. 그런데 그 속에 늘 치열한 역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안 되는 걸 해 보고 싶은 마음이요.”
특히 이번 ‘더 폰’은 새로운 스토리와 신선한 진행 방향 등에 큰 흥미를 느꼈다. 손현주는 시나리오를 반쯤 읽은 뒤 김봉주 감독을 찾아갔다. “도대체 어떻게 영화로 풀어낼 것이냐”고 물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만들어나갈 것인지 고민했다.
“전작 ‘숨바꼭질’이나 ‘악의 연대기’는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더 폰’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잖아요. 감독과 대화가 필요했어요. 죽은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는 매력적인 소재를 포기할 수 없었고 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심은 확고해졌어요. 그래서 힘든 액션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던 거 같아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손현주는 “더 리얼하게 연기해야겠다”고 여겼다. 타임슬립물과 스릴러를 접목한 ‘더 폰’은 SF적 소재와 더불어 현실적인 디테일들을 담고 있기 때문. 그는 “내가 리얼하지 않으면 관객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현실적인 고동호의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한 사실을 더했다.
연달아 스릴러를 세 작품이나 연달아 했다. 기자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은 스릴러를 쉬겠다”는 의사를 밝힌 손현주에게 “이미지가 고착화될까봐 걱정되는 것”인지 물었다.
“어떤 배우가 전작을 잘 해내면 그 비슷한 배역만 맡게 되잖아요. 그것에 대한 고민은 분명 있죠. 한 기자는 저에게 스릴러를 계속하라고 하더라고요. 손현주만의 스릴러 장르를 만들어가라면서요. 그것도 좋지만 사실 제힘이 달려서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템포를 조절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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