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없이 재무구조 개선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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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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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본사 전경[사진=현대그룹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했던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 될 경우 매각설은 장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일본계 금융자본인 오릭스PE(Private Equity)가 지난 6월 체결한 지분매각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거래 종결 기한이 지난 16일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가 보유중인 현대증권 주식 22.56%(현대상선 22.43%, 특수관계인 0.13%)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유는 일시적으로 지분을 맡기는 파킹딜(Parking Deal)에 대한 문제제기와 일본계 자본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 때문이다. 회사경영에 있어 잡음을 만들지 않는 일본기업 특성상 이같은 이슈들은 오릭스에 부담으로 돌아왔을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오릭스 본사는 19일부터 현대증권 인수 관련 계약을 재검토하고 기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측은 “매각작업이 무조건 불발됐다고 보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많다”면서 “앞으로의 매각 방침에 대해서는 KDB산업은행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매각 무산에 대한 우려에도 현대그룹은 자구안 이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재무구조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고,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금유입 등도 기대되고 있어서다. 다만 현대증권 매각 대금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2000억원 규모의 대출금 연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약 3000억~4000억원의 자금수혈을 예상하고 있다. 매각 옵션에 2000억원대의 선(先)투자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매각 불발로 생기는 공백은 3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고 자산매각을 집중적으로 진행해왔다. 19일 기준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금액은 총 2조9280억원으로 현대증권을 매각할 경우 자구안을 초과 이행하게 된다. 만일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된다 해도 약 3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성공리에 마무리 된다면 약 99%를 달성하게 된다.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영구채는 투자자에게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 국내에서는 100% 자본으로 인정을 받는다. 재무리스크가 높은 기업들이 유동성 유입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영구채 발행을 준비중에 있고, 확정된 금액은 10월 말 정도에 나온다. 만일 (매각이)불발이 돼도 아주 큰 문제가 생기거나 (재무구조개선협약 체결 당시 제시했던)금액과 차이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측이 현대그룹의 영구채 발행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한진해운이 보여준 긍정적인 선례가 있어 별 탈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구안을 마련하는 목적이 대내·외 리스크에 스스로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한 만큼 이행안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반대여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왕자의 난 이후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에 있어 그룹의 정통성을 잇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캐시카우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에 존속하는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불발된다면 한동안 이에 대한 이슈는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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