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KB금융지주가 '정통 KB맨'인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윤종규-김옥찬' 체제가 수립됐다. 윤 회장은 당분간 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겸임한 상태로 '투톱 시스템'을 가동해 비은행부문 강화 및 대우증권 인수에 총력을 쏟아 '1등 KB'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20일 아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선 열심히 하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니 장기적으로 봐 달라"고 전했다. KB 복귀 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서울보증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인수인계 등 작업을 먼저 마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전날 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김 사장을 KB지주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후보로 추천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13년 7월 국민은행 부행장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에 다시 KB로 복귀하게 됐다.
김 사장이 KB로 복귀한 데 대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김 사장은 서울보증에서 2년여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직접 금융당국을 찾아 (서울보증에)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친정(KB)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무엇보다 KB 재임시 윤 회장과 오랜 기간 업무를 함께 하면서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이 조합에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윤 회장이 지주 회장겸 은행장을 겸임하면서 물리적인 한계를 체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겸임했던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김 사장이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리딩 금융컴퍼니 도약을 꿈꾸는 KB로서는 대우증권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발생한 KB사태 이후 취임한 윤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내부 화합과 함께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KB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대우증권 인수 추진 등으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지주 사장직이 2년여만에 부활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총자산 2조원대의 대우증권은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큰 매물인 만큼 증권분야가 취약한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수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증권업 뿐만 아니라 KB금융그룹 전반에 미칠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김 사장은 1956년생으로 서울사대부고,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대학원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이후 1982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증권운용팀장, 방카슈랑스부장,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및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두루 역임했다. 김 사장은 서울보증에서의 인수인계 절차 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KB금융 이사회의 보고를 거쳐 사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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