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해외 시장에 진출, 낭패를 보는 패션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상표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해 경쟁사들의 해외 진출을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위 아웃도어 업체인 K2코리아는 미국 스키브랜드와 같은 상표명이 동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K2는 카라코람 산맥의 세계 제2의 고봉을 뜻하는 고유명사다. 따라서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동명의 미국 스키·스노보드 브랜드 K2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 이미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K2코리아의 해외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K2코리아는 뒤늦게 스키브랜드 K2와 소송 끝에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해외 진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국내 시장에만 집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전개하는 잡화브랜드 '쿠론'도 상표권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쿠론은 지난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쿠론'이라는 상표명이 등록돼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회사 측은 다른 상표명이 아닌 쿠론을 사용하기 위해 고심 중이며, 문제가 해결되는대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진출을 고려 중인 대기업의 행보라고 보기에는 아쉽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패션뿐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도 론칭과 동시에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가 상표권을 등록하는 추세다.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한 뒤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사람이 권리를 인정받는 선출원주의 방식이다. 제3자가 이미 상표권 등록을 해놓으면 선출원자에게 상당 금액을 지급하는 것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론칭한 브랜드는 국내뿐 아니라 진출을 고심 중인 해외 국가에도 상표권 등록을 미리 해놓지만 론칭한 지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상표권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해 낭패를 보고 있다"며 "상표, 디자인, 로고 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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