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정책실패에서 정책성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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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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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정책실패에서 정책성공으로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정책 실패와 성공을 가르기는 쉽지 않다. 보는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패한 정책의 경우, 시간이 흐르고 여건이 달라지면서 성공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실패한 정책들'이라는 책이 나왔다. 서울대 임도빈 교수를 비롯한 11명의 교수들이 11개의 정책을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았다. 서울시의 뉴타운사업 정책, 중소기업 고유업종 정책 등이다. 언론에서 실패사례로 언급한 정책 41건을 수집한 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1개 정책을 최종 선정했다. 이후 4년에 걸쳐 정책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 최근 책으로 발간했다.

정책실패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인적 자원과 재정적 자원 등 정책 관련 자원의 부족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 정책 목표의 설정이 잘못돼서, 또는 갈등 조정이나 통제의 실패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정책이 실패한 것이냐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가 많고, 오히려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 차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책학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에서 배우는 과정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했다면, 향후 정책성공으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실패에서 정책성공의 대표 사례로 전환된 것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하 ’방폐장‘) 입지 선정’에 관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일어났던 일이다. 당시 부안군수가 혐오시설인 방폐장을 유치해서라도 열악한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만들고, 지자체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충정하에 소위 ‘사고를 친 것’이다. 적절한 의견수렴과 안건 통과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치단체장이 덜컥 부안군 앞바다의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버렸다.

정부 역시 서두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과 2주일 후에 위도를 방폐장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장관은 위도 주민에게 현금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며칠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불가하다고 번복됐다.

너무 서두르고, 특히 현금보상이라는 당근을 앞세우다 정부 스스로 신뢰를 무너트린 것이다. 부안군이 무정부 상태가 될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심해진 이후, 1년6개월만에 정책결정이 백지화됐다. 당시 행자부 장관과 산자부 장관은 책임을 지고 경질됐고, 산업자원부의 담당 과장도 교체됐다.

엄청난 국가적 홍역을 치렀던 방폐장 후보지는 1년가량 지난 2005년 11월2일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주로 결정됐다. 군산과 경주의 치열한 주민투표 끝에 찬성률이 근소한 차이로 높았던 경주로 결정된 것이다.

전국적인 반대 분위기에서 폐기됐던 정책이 불과 1년도 채 안돼 경주 시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탈바꿈했을까?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장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 결정토록 한 것이 주효했다.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지원사항을 투명하게 법으로 뒷받침한 것도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결국 축제 분위기에서 군산시민과 경주시민이 찬성률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나중에 유치에 실패한 군산시민은 상당히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정부의 같은 부처의 같은 부서에서 추진한 같은 정책이라고 해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확연히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쟁터에서 수행되는 특공작전처럼 전격적으로 군수와 장관,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해서 사회적 갈등이 회피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도 얻었다.

수십년동안 미뤄져왔던 방폐장 입지 선정이라는 까다로운 정책도 프레임을 잘 짜고, 접근방법을 주민들의 눈높이로 낮추면 성공할 수 있다.

또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교한 장치를 보완하고, 투명한 절차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축제분위기에서 해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방폐장 입지 선정과 관련된 정책실패가 다시 정책성공으로 변환된 좋은 사례를 정책 담당자들이 숙지하고 또 숙지해야 할 것이다.

'실패한 정책들'에 이어 '성공한 정책들'이라는 책도 조만간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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