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소리없는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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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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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유별나다'라는 단어는 사전상 '보통 것과 아주 다르다'는 의미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규칙이나 제도를 벗어난 탈선을 뜻하기도 한다. 누군가가 "넌 유별나다"라고 말한다면 불쾌하게 느끼는 것은 일종의 가치판단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편견이 바로 이와 같다. 남성이 여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하면 도리어 피해자에게 "유별나게 군다"라는 싸늘한 눈초리가 돌아온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적 고정관념이 피해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형법이 개정된 이후 남성도 여성과 같이 피해 상담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지만 그 수치가 매우 미미하며 또한 신고나 수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2013년 형법상 강간죄 피해대상이 '부녀자'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개정 형법이 시행돼 법률상 차별은 사라진 상황이지만 여성에게 강간죄를 적용해 재판이 진행된 경우는 올해 8월 단 한 번뿐이다.

대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남성 성폭력 범죄 피해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일 경찰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성폭력 범죄 피해자 수는 2011년 829건에서 2012년 920건, 2013년 1164건, 지난해 1350건으로 조사됐다.

2014년 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보고서에서도 2007년까지 전체 성범죄자의 1% 미만이던 여성 성범죄자 비율은 2013년 2.5%로 높아졌다.

성희롱의 피해자가 남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할리우드 영화 '폭로'가 개봉한 지 20년이 흘렀다. 법이 개정됐지만 남성 피해자에 대한 인식은 1995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

특히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남성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수치스러움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에게 "좋았지"라고 묻는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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