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카이스트(KAIST)는 이도헌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복합 처방된 약물들의 인체 내 간섭현상을 컴퓨터 가상인체로 분석해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흔히 여러 종류의 약물을 함께 처방해준다. 이런 복합처방은 특정 약물에 따른 신체반응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미리 시험할 수 없기 때문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 위험사례를 제외하면 완벽한 사전시험이 불가능하다.
기존에는 부작용 사례를 의약품 적정사용평가(DUR)에 등재시켜 해당 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 즉 사후 추적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따라서 복합처방으로 인한 의료 사고를 막기 어려웠고 부작용 예측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발생 가능한 상황을 사전에 컴퓨터 가상인체로 예측해 위험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 가상인체에서 랜덤워크 알고리즘(네트워크에서 노드 신호가 무작위로 전파되는 것을 모델링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이용해 약물 표적의 생체 내 분자 신호전파를 시뮬레이션 했다. 약물이 투여된 후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를 측정한 것인데, 이를 통해 두 개의 약물이 서로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정량화에 성공했다.
만약 두 약물 간 간섭이 심해 서로 많은 영향을 준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처방을 해야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예측 기술들이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에서 약물 표적 사이의 근거리 간섭만을 고려했다면 이 교수 연구팀은 약물 표적의 생체 내 분자 신호전파 시뮬레이션을 통해 원거리 간섭까지 고려해 정확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다수의 표적을 갖는 복합 천연물의 신호 전파도 분석해 약물과 천연물 사이의 상호작용 예측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이번 기술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컴퓨터 가상인체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며 “약물 복합처방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러스 원(PLOS ONE)에 지난 15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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