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편드, 대기업 기부 안 받겠다더니… 결국 기업 '삥뜯기'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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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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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청년희망펀드에 대기업 기부를 받지 않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그룹 총수 이름으로 잇따라 수백억씩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기업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청년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자는 취지로 시작된 청년희망펀드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부족하자 결국 대기업을 압박해 돈을 뜯어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법무부 공익신탁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이날 오후 3시 기준 70억원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7만4000여명이 참여, 1인당 약 10만원의 기탁금을 내놓은 셈이다.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탄생한 상품이다.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에서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안했고, 불과 엿새만에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았다. 기부금은 청년 취업기회 확대, 구직애로 원인 해소, 민간 일자리창출 지원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불과 한달여만에 대기업 기부를 받기 시작하면서 당초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9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희망펀드와 관련해 "대기업이 몇십억 내고 일자리 창출을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의 기부는 안받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희망펀드는 무엇이라도 도울 게 있다면 동참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이미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명의로 200억원, 임직원 명의로 50억원 등 총 250억원을 내놓은 데 이어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이 200억원을 기부했다.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동참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정부가 생색내기용 정책을 내놓았다가 가시적인 성과가 없자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기부금 몇십억원으로 청년 취업문제 해결을 지원하겠다는 발상부터 비현실적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재원이 부족하니까 결국 대기업 기부를 받으며 기업들을 줄 세우기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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