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을 위해 대포통장을 배달해 준 퀵서비스 업체가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을 위해 대포통장을 배송한 퀵서비스 업체 사장 염모(39)씨와 통장 모집책 오모(34·여·중국)씨 등 4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오씨 등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건당 4만원 이상의 심부름값을 받고 150여 차례에 걸쳐 자사 직원들에게 대포통장 배송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염씨가 유통한 통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920명의 돈을 전달하는 데 사용됐으며 피해 금액만 33억원에 달했다. 염씨는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6억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염씨에게 대포통장 배송을 지시했고, 염씨는 퀵서비스 기사 배차 프로그램에 오씨의 지시 내용을 등록해 퀵서비스 기사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대포통장을 배송했다.
염씨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과 직접 공모해 대포 통장을 배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경찰은 4월 보이스피싱 자금 인출 및 송금책 일당 3명을 붙잡아 정모(41)씨 등 2명을 구속했고,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염씨가 운영하는 퀵서비스 업체가 범행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또 정씨 일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피해자들로부터 빼돌린 돈을 환전업자들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 이모(43)씨 등 환전업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통장의 명의를 제공한 70여명도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현재 전국에 있는 수많은 퀵서비스 업체들을 통해 대포통장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관할 부처와 협의해 불법 행위를 하는 퀵서비스 업체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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