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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26일 열린 조별리그 E조와 F조의 최종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죽음의 조' B조에서 2승 1무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벨기에로 결정됐다. 성인 대표팀이 FIFA 랭킹 1위에 오르며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의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벨기에 청소년 대표팀의 면면과 전적은 화려하다. 대부분의 선수는 벨기에 명문 KRC 헹크에서 뛰고 있고, 네덜란드 PSV와 독일 볼스부르크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모두 유소년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구단이다.
이번 월드컵의 멤버는 지난 5월 열린 2014/2015 불가리아 UEFA U17 챔피언십에 참여했던 선수들의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준우승팀 독일에 패하고, 4강전에서 막강 전력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벨기에는 중원의 마티스 후이스(KRC 헹크)를 중심으로 잘 조직된 4-3-3 전술을 사용하지만 수비시에는 4-1-4-1로 진영을 바꾸고 고정된 4명의 수비진과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앞에서 네 명의 미드필더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볼을 탈취한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 플레이를 즐기고 수비 뒤 공간으로 한 번에 내주는 긴 패스는 위협적이다. 다재다능한 데니스 반 베렌버그(클럽 브뤼헤)가 주로 공격을 이끌며 오른쪽 측면에서는 빠르고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좋은 이스마일 아자위(볼프스부르크)가 활약한다. 지난 불가리아 대회에서 벨기에가 넣은 5골 중 아자위가 세골, 베렌버그가 두골을 책임졌다.
벨기에는 단단한 중원과 강한 압박을 자랑하지만 2선 수비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말리전에서도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에 여러 번 무너졌다. 이승우, 김진야 등 빠르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침투한다면 얼마든지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공격은 침체돼 있다. 주포 베렌버그와 아자위가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에 빠져있고, 팀 전체로 봐도 온두라스전 2골을 제외하고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슈팅까지는 어떻게든 만들어 가지만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해 슈팅 숫자에 비해 유효슈팅이 적었고 결정력도 부족했다. 다만 온두라스 전과 에콰도르 전에서 골대를 맞춘 강력한 중거리 슛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 대표팀은 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통한 강한 압박으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브라질도 한국의 이런 전술에 말려 전반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주전 센터백 최재영(포항제철고)이 브라질전에서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조기 귀국했지만 김승우(보인고)와 이승모(포항제철고)가 그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조별리그를 통틀어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은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공격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16강을 진출한 팀들 중 우리와 같이 2득점을 기록한 팀은 벨기에가 유일하다. 전체 팀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우리보다 적은 득점을 기록한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시리아가 유일하다. 대표팀은 빠른 패스플레이를 통해 경기마다 좋은 찬스를 만들어 냈지만 골 결정력의 부재로 득점에 번번이 실패했다.
관건은 이승우(바르셀로나)의 역할이다. 이승우는 브라질전과 기니전에서 자신에 대한 집중 견제를 의식한 듯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주고 또 연결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덕분에 2선의 김진야(대건고), 박상혁(매탄고), 유승민(영생고) 등에게 많은 찬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16강전에서는 욕심을 부려볼 만하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했던 이승우가 직접 골을 노리는 게 공격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진철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최 감독의 선수 교체는 대부분 효과를 발휘했다. 브라질전에서는 78분경 교체돼 들어간 이상헌이 맹활약하며 장재원의 결승 골을 도왔고, 기니전 때는 종료 직전 투입된 오세훈(현대고)이 결승 골을 넣으며 팀의 16강을 이끌었다.
한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은 29일 오전 8시(한국시간) 칠레 라 세레나의 라 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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