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도시인들은 문화유산의 존재를 모르기도 할뿐더러 안다고 해도 무심히 곁을 지나치곤 한다. 저자는 바로 이 점을 가장 안타깝게 여긴다.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조감하듯 거리를 두고 살펴본다면, 역사가 ‘말하는’ 공간이 바로 곁에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이나 고고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관점에서 문화유산을 읽어내 좀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다.
이 책에서는 문화유산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기 위한 작지만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일반적인 문화유산 답사는 주로 오래된 도시를 목적지로 삼거나 먼 과거의 문화유산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문화유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간적·시간적으로 훨씬 더 가까이에 있다. 저자는 바로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심에 있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고, 지역성이 뚜렷한 문화유산을 둘러보려 노력했으며, 자주 이야기되던 고대·중세의 유적보다는 대구나 군산 등 근대 문화유산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특히 이 책에서 누구보다 염두에 둔 독자는 ‘청춘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20대 후반에 흔들릴 때마다 길을 찾아줬던 건 문화유산이었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인생 ‘일번지’를 이제부터 찾아가야 하는 청춘들에게 있어 문화유산은 누군가가 이미 갔던 길이다.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다. 그리하여 저자는 문화유산은 낡고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문화유산뿐 아니라 주변의 사물들도 새로운 인식으로 돌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428쪽 | 1만66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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