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정책연구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성장 시대의 대한민국, 해법을 찾는다!'라는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2013년 9월 이후 두 번째 공동세미나지만, 정책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당 측 인사들은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부문(노동·금융·교육·공공) 개혁을 꼽았다. 반면 야당 측 인사들은 가계소득을 늘리고 노동소득 분배의 격차를 줄이는 방식의 '소득주도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석훈 "보수정권 8년, 살기 어려워졌다" 윤호중 "'소득주도성장'으로 분수효과 꾀해야"
발제자로 나선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우선 "지금의 새누리당은 경제를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이라며 "지난 역사의 경험에 의하면 경제를 너무 어렵게 하면 아무리 강건한 정권이라도 무너졌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2008년 이후 노동생산성과 실질 임금 사이에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보수정권 8년간, 임금을 덜 주고 연봉을 깎으면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고, 거시경제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청년 부채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우 부원장은 "조세탄성치(경제가 성장할 때 세수가 증가하는 비율)는 참여정부 당시 상당히 양호했지만 새누리당 집권 이후 나빠져 1 이하로 내려갔다"면서 "이런 조세탄성치 구조에서는 5% 정도의 성장률에서도 정부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적 상황이 바뀌는 것이 한국의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하고 또 가장 빠른 저성장에 대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후 가계소득 3대 패키지를 내놓고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기대를 했었다"면서, "그런데 노동소득을 가계소득으로 대체하고 가계소득을 배당소득 등 고소득층의 소득으로 대체하는, 그야말로 '짝퉁' 소득증대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노동생산성은 올라가는데 임금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높이는 기초적인 분배 개선 전략과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조세·재정·노동정책과 대중소기업관계를 친분배, 친복지, 친임금상승, 친고용안정적으로 활용하고, 낙수효과보다 분수효과를 보여주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재호 "소득주도성장, 지속 가능성 없어" 강석훈 "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재호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인천대 석좌교수)은 "소득주도 성장은 실질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인센티브 시스템이 왜곡 좀비경제로 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저성장의 원인으로 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소비위축을 꼽았다. 정 위원은 "기업 활동이 왕성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일자리 확보가 최우선이어야만, 복지 수요도 줄이고 복지 재원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고 모든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해고, 임금, 근로시간, 직무배치)이 향후 모든 개혁의 핵심과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도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임금은 하방경직적이어서 경기상황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고, 공급측면에서 임금인상이 생산성 증대를 함께 유발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실상은 임금상승을 통한 '분배론'이며, 성장 전략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구조개혁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면서 "구조개혁을 통해 국민 대다수의 소득이 증진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장과 성장결과의 공정한 배분까지 고려하는 것이 '호프노믹스(Hopenomics), 즉 희망경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양당 대표가 축사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의원총회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은 ‘성장의 고삐를 죄느냐, 아니면 놓아버리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면서 "저성장을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비상구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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