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발디자인 공모전>은 국내 신발디자인의 활성화와 신발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유능한 신발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부산시와 유관기관 그리고 관련 업계가 협력하여 시행하고 있는 국내 유수의 공모전이다. 올해에는 전국 23개 대학교의 학생들과 13명의 기업소속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등 총 250명이 참가하여 각축을 벌였다.
그 결과 경성대학교 박경혜(국제무역통상학과)·이태희(의상학과) 학생의 공동출품작 ‘Girdle Tail’이 대상(부산광역시장상, 상금 300만원)을 수상하였으며, 이대영(국제무역통상학과)·김동환(의상학과) 학생의 ‘RESCUE LACE’가 KNN 사장상(상금 100만원)을, 그리고 정성호(의상학과) 학생의 ‘PATCH SHOE’는 부산일보 사장상(상금 100만원)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박현준·박원희(이상 국제무역통상학과) 학생의 ‘kid vengers’도 특선을 수상함으로써, 경성대학교에서 출품한 4개 작품 모두가 입상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의 심사결과가 특히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른 대부분의 응모자들과 달리 경성대학교 학생들이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구성된 ‘FYLs 사업단’에서는 연계전공 방식으로 신발산업의 Global Sourcing Business 분야에서 일할‘젊은 사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본 전공에 더하여 36학점의 특성화 교과목을 이수하면 졸업 시 FYLs 전공학위를 추가로 취득하게 된다.
부산은 한때 세계 스포츠화의 60%를 생산하며 신발산업의 메카로 불리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임금상승 등의 환경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그 거대한 생산시설들이 속속 문을 닫아야 했다. 그 후 ‘사양 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 속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신발산업을 외면하는 동안, 경쟁국 대만은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고스란히 이전하여 세계 신발생산의 80%를 장악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세계 신발산업은 한 순간도 사양 산업이었던 적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연평균 약 2%씩 성장하는 동안에도 신발산업은 매년 5%의 성장을 지속해왔다. 대만은 이처럼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세계 신발생산을 장악하고 연매출이 5조원에 이르는 파오첸 그룹을 비롯하여 굴지의 신발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날로 거대해져가는 대만의 기술·자본·인력 앞에서 그동안 우리는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신발산업의 지각변동이 시작되며 우리 신발업계는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 아날로그의 세계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일본의 전자산업을 디지털 시대의 도래라는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우리가 추월하였던 경우에 비견될 수 있을까. 격변의 진앙은 ‘생산자동화’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신발산업에 따라 붙는 숙명적 수식어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발업계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동화의 추이를 감안할 때 그 오래된 수식어와 결별해야 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글로벌 브랜드 가운데 자동화의 선두주자인 New Balance사는 보스턴 인근의 Lawrence에서 ‘made in USA’ 신발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Adidas사도 2017년까지 미국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신발을 만든다니, 자동화가 아니면 꿈꿀 수 없는 이야기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전 세계 생산파트너들 가운데 자동화의 선두주자는 놀랍게도 한국의 Parkland사이다. 국내에서 파크랜드는 옷을 만드는 회사로만 알려져 있다. 뒤늦게 신발업계에 뛰어든 파크랜드는 의류생산에서 축적한 자동화 역량을 신발생산에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Adidas와 New Balance 브랜드 스포츠화를 생산하는 자카르타의 Parkland World Indonesia 공장은 지금 세계 신발업계의 관심의 핵이 되어있다. 로봇에 의해 공정이 착착 진행되는 현장을 둘러본 Adidas사의 부사장은 “이건 신발공장이 아니라 IT 공장이다.”라고 탄복했다고 한다. Adidas사 전 세계 생산 파트너들의 작년도 KPI(핵심성과지표) 실적 비교에서 2위 그룹과 압도적 격차로 1위를 차지한 파크랜드사는 당연히 주문이 폭주하여 최근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90년대 초 고임금과 노사분규를 견디지 못하고 우리 신발기업들이 무너질 때, 자본유출을 우려한 정책당국은 우리 신발업체의 해외진출을 제한하는 ‘1국 5사’의 규제를 도입했다. 당국의 그와 같은 오판과 사회의 냉랭한 시선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분투하여, Nike 브랜드를 생산하는 태광실업과 창신INC는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대만이 중국 생산기지에서 누리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은 이 시점에, 우리 신발업계가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자동화의 패러다임을 선점한다면 과거의 영광을 찾는 일도 꿈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중대한 변화의 계기를 맞아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유능한 청년들이 발전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역량을 갖추고 신발업계에 뛰어드는 것이다.
경성대학교 FYLs 사업단은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신발 비즈니스를 이끌어 갈 ‘젊은 사자들’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련의 신발관련 전문 교과목들에서 신발의 global sourcing business 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기술 및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학습할 뿐만 아니라, 최신 스포츠화를 직접 분해하여 그 구조와 기능을 학습하기도 한다.
또한 동남아의 신발생산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를 방문하여 오늘날 신발의 개발과 생산에 얼마나 큰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한 해 동안의 짧지만 집중적인 교육의 결과는 지난 5월 경성대학교에서 개최된 ‘신발산업 Global Brand 분석경진대회’에서 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대회를 참관했던 권동칠 트렉스타(Treksta) 대표와 곽국민 파크랜드(Parkland) 부회장은 학생들이 내어놓은 분석내용의 깊이와 유창한 영어실력이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경성대학교 FYLs 사업단이 육성하고자 하는 인재의 핵심 타겟은 ‘신발의 Global Sourcing 관리 인력’이다. 즉 Nike 등 글로벌 브랜드의 지휘 하에 소재·부품, 금형, 생산기계, 소프트웨어, 완제품 제조회사 등 전 세계의 관련업체들이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해 한 팀으로 움직이는 비즈니스 시스템 속에서, 외국어 역량과 무역 및 신발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 간 연결의 접점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모전의 주제와 같은 신발의 ‘디자인’ 분야는 주 타겟이 아니다. 하지만 상품으로서의 신발을 속속들이 이해하기 위해 최신 스포츠화들을 직접 분해해보며 신발의 구조와 각 부품의 기능, 그리고 비즈니스적 요소를 심도 있게 학습한 결과가 이번 공모전에서 여타 응모자에 대한 경쟁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사업단의 자체 분석이다.
경성대학교 FYLs 사업단은 이번 입상으로 학생들의 자신감과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확신이 더해져, ‘신발산업 젊은 사자의 양성’이라는 목표의 달성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공모전 수상작품은 오는 11월 5~7일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신발전시회(BISS)의 특별전시관에서 전시되며, 시상식은 11월 6일 오후 3시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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