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시중은행장들에게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하는 등 기업부채 부실 우려가 있다"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원활한 구조조정, 충분한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에 추진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확한 옥석 가리기"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해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순환되도록 하되, 살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막연한 불안감으로 억울하게 희생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25일 열린 금융위 체육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한계상태로 가면 살릴 것이나 아니면 재기 가능성이 없으니 빨리 정리해서 비생산적인 부분을 제거할 것이냐 옥석을 가리는 게 구조조정이다"면서 "그런데 은행들이 손실이 생기면 수익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현상유지만 하면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대출이나 보증에 의존해 겨우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 미만이면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것을 뜻한다. 즉 영업 활동으로 버는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 비율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좀비기업 수가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295개(15.2%)로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가운데 좀비기업 비중은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주 시중은행을 비롯해 신용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에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대출 자산 건전성을 분류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금융사는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산의 건전성 정도를 정상과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엄격한 기준으로 분류하면 고정이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부실 여신 비중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정 이하 여신이 늘어나면 채권은행은 그만큼 많은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또 이달까지 완료할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와 11~12월 중 진행할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엄격하게 추진하라는 지침을 각 금융사에 전달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계열 전체뿐만 아니라 소속 기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관리 회사인 유암코를 통해 내달부터 부실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이에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해 살릴 기업은 살리고, 그럴 가치가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하게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